사업취소 가능 불구 감차 1대 ‘솜방망이’ 처벌
시 “다른 위반 없으니 모범에 해당…감경 가능”
양심선언 택시기사 “시의 업체 봐주기 지나쳐”
택시노조 “도급제 의심 신고해도 사실파악 외면”


 

사천시가 법원의 판결로 불법 지입제 운행이 드러난 택시업체를 계속해 감싸기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미지=뉴스사천 DB)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사천시가 법원의 판결로 불법 지입제 운행이 드러난 택시업체를 계속해 감싸기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은 물론 나머지 위반 사례에 대한 추가 파악도 애써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지난해 말 사천에 소재한 택시업체 A사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줄여 여객운수법) 상 명의이용금지(=제12조 1항)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최근 사천시는 판결에 따른 후속 행정처분의 일환으로 이 업체에 지입제 해당 차량에 대한 감차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양심고백으로 자신의 법적 처벌을 감수하며 이 문제를 제기한 택시기사 정승태 씨는 “사천시가 지나치게 업체 편을 들어주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2014년 9월에 시를 찾아가 처음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까지 찾아가 내가 이런 죄를 지었고, 택시업체도 죄가 있으니 처벌해 달라고 한 거다. 다행히 법원이 유죄를 인정해 그 책임을 묻게 됐는데, 시는 또 다시 봐주기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택시 지입제를 양심고백한 정승태 씨.

여객운수법 제85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에 따르면, 명의이용금지를 위반했을 경우 관할 관청은 곧바로 사업면허와 사업등록을 취소하는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럴 경우 문제를 일으킨 택시업체는 보유한 택시면허 수에 상관없이 그 전부를 잃을 수 있다. 그만큼 관련법은 지입제 또는 도급제를 중대 범죄로 보고 있다.

다만 행정처분의 세부기준을 제시한 시행령 제43조 별표3에서는 처분을 감경해 줄 수 있는 근거를 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위반 행위자가 처음 위반행위를 한 경우로서 5년 이상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을 모범적으로 해 온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이다. 시는 이 조항을 근거로 지입 차량 1대에 한해 감차명령을 내린 셈이다. 시 교통행정과 측은 “업체가 관련 조항을 처음 위반했을 뿐 아니라 다른 위반사항도 특별히 없어 감경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국택시산업노조 사천시지부 정정배 지부장은 시의 이번 조치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그는 “지입제나 도급제는 업체와 택시기사 사이에 말로써 비밀리에 이뤄지고 문제가 될 경우 둘 다 처벌 받기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 일은 택시기사가 처벌을 각오하고 양심선언을 해서 알려졌는데, 그에 비하면 택시 1대 감차명령은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정 지부장을 비롯한 택시노조 관계자들은 최근 사천시를 항의방문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처분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럴까. <뉴스사천>의 취재 결과 사천시는 일찌감치 ‘택시 1대 감차명령’ 결정을 해 놓고 이에 대한 법리적 문제가 있는지 여부만 살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월 초 이 사건과 관련해 법률 자문을 한 사천시 전 법률고문 박영식 변호사는 “감차 1대 명령으로 감경은 가능하나 이를 위해선 해당 업체에 어떤 모범적 요소가 있는지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껏 사천시가 밝히는 A사의 모범적 요소는 “그 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주장이 전부다.

이와 관련해 사천시청 법무 관련 부서에서는 “감차 1대를 하더라도 재량권 남용 일탈의 위법은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감차 1대’ 행정처분이 법적으로 문제되진 않는다는 해석으로, 교통행정과의 소극적 질의에 따른 소극적 답변으로 보인다.

반면 앞서 언급한 관련법 시행령 제43조 별표3에 따르면, 지입제는 한 차례 발각으로 곧장 사업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감경사유에 해당돼 감차명령을 내릴 때는 그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위반차량만 감차하든 전체 차량의 절반을 감차하든 어느 것이나 가능한 셈이다.
지입제 위반 택시업체에 대한 이번 행정처분이 “재량권 내에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사천시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논란은 남는다. 택시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음에도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2014년 9월부터 지금까지 사천시는 A사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지입제 논란과 관련해 경찰과 검찰은 물론 1심 재판부가 눈여겨 본 것은 해당 택시에 대한 실질적 지배를 누가 했느냐는 거였다. 정 씨의 경우 업체와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채 사납금만 내었고, 정비를 포함한 택시차량의 유지관리 역시 정 씨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다.

이러한 관계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직원명부, 직원들의 근로계약서, 직원들의 4대 보험 납입증명, 직원들의 1일 사납금 대장, 유가보조금 환급금 지급 명세서, 배차 일지 등이다. 사천시는 이러한 서류를 확인할 권한이 있음에도 권한 행사를 외면한 채 ‘위반차량 1대 감차명령’에 대한 법리 검토에만 얽매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정배 지부장은 “수사 과정에 이미 다른 기사들도 지입제나 도급제를 의심할 만한 진술이 있었다. 같은 얘기를 시 관계자들에게 했는데도 계속해 묵살해 왔다”며 “노조연맹과 협력해 이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