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레고 배트맨 무비>영화 포스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어느 새 입춘도 지나고 아이들의 겨울방학도 끝났다. 곧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될 터이니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오죽 안타까우랴. 그런 마음을 어루만지는 애니메이션이 있으니 <레고 배트맨 무비> 되시겠다. 과거에는 슈퍼히어로를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는 게 당연했다가 요즘은 거꾸로 실사판 외에는 만나기가 쉽지 않은 터라, 도리어 친숙하고 반가운 느낌이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레고블록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오죽 좋을까.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주인공이 배트맨 즉, DC코믹스의 히어로라는 거다. 최근에 개봉한 DC 히어로무비들이 심오한 철학을 담느라 하나같이 죽을 쑤어대고 있으니, 애니메이션마저 그 전철을 밟고 있다면 DC의 팬으로서 정말 싫었을 것 같다. 그러나 <레고 배트맨 무비>는 100톤은 됨직한 무게감을 훌훌 털고 유쾌한 코믹으로 다가왔으니 이건 참 반갑다.

주인공인 배트맨은 여전히 심각한 척을 하지만 이건 뭐 어쩔 수 없다 치고, 나머지 온갖 캐릭터의 향연은 그야말로 DC의 팬들이라면 박수치고 환호할 종합선물세트 그 자체다.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를 기본으로 온갖 빌런들이 고담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다가, 급기야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에서 제작했던 영화들, 이를테면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킹콩> 등 수많은 작품들의 멋진 캐릭터가 찬조출연을 하는 부분에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큼 즐겁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무래도 성인 관객이 더욱 행복할 것 같다.

같은 의미로 어린 독자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조금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 친숙함의 문제인데, 레고블록이라는 희대의 명작장난감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플러스 점수가 당연하겠지만, <뽀로로>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가 마음껏 즐길 수 있을까에는 의문이다. DC와 마블의 슈퍼히어로를 TV에서 보고 자란 세대는 최소 30대 이상이었을 테니까.

석 줄 요약을 하면, 겨울방학도 조만간 끝난다.

DC에 유쾌함을 더하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

레고블록 덕분에 아이들이 좋아하겠지만, 구성의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키덜트까지 행복해진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