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재선 한국항공우주산업 노조위원장

지난해 말 한국항공우주산업(주)(KAI) 제9대 노동조합 위원장에 당선된 류재선(53)씨를 만났다. 류 위원장은 지난 1986년에 대우중공업에 입사했다. 1988년부터 노조 대의원 생활을 시작해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1999년 KAI 법인이 설립된 후 창원에서 일하다 2007년 1월 사천으로 와서 현장직으로 지금까지 일해 왔다. 오는 25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류 위원장을 만났다.

▲ 류재선 한국항공우주산업 노조위원장.

 

# KAI 노조위원장 당선 소감은?

=대우중공업 시절부터 노조 생활을 오래했는데 그동안 KAI 노조의 활동방향과 제가 배우고 생각했던 노조와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노조의 틀을 새롭게 갖춰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마했다. 두 번의 도전에서 실패했고 이번에 당선됐다. 조합원들이 저를 선택해 준건 노조에 대한 기대, 열망,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벌써 조합원들의 고충 건이 60~70건이 올라왔다. 이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 위원장이 생각하는 KAI 노조의 모습은?

=제가 출마했을 때 저는 강성으로 분류됐다. 회사가 APT(미국 공군 고등훈련기)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제가 되면 APT 사업이 안 된다는 유언비어도 있었다. 노조의 모습이 회사 수주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노조의 활동을 잠시 중단하더라도 회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다만 노조위원장 자리는 조합원의 심부름꾼 역할이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신망을 받고 정도(正道)를 가야한다.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바꿀 것이다.

# 앞으로 KAI 노사문화는 어떻게 예상하나?

=큰 틀에서 노사가 공존하는 모습은 깨고 싶지 않다. 그러나 관행은 깨고 싶다. 2600여명의 조합원들이 바라는 바를 따라야 한다. 노동법 개악 문제 말고는 평소 상급단체 활동은 하지 않을 계획이며 내부적으로 산적한 현안, 고충, 민원들을 해결하는데 주력하겠다. 분명한 건 기존 노조와 다른 길을 갈 것이다.

# 노조의 주요 사업계획은?

=조합원 구성 비율을 보면 사무직(공통직)과 기술직(현장직)이 절반씩이다. 조합원이 원하는 바가 다른데 노조가 이들의 의견을 잘 조율해서 가야한다. 회사의 임금체계가 원래는 단일호봉 체계였는데 현재는 공통직과 현장직이 다르다. 때문에 임금격차가 크고 이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노조 사업의 핵심이자 최대과제다. 이 문제를 올해 100% 해결할 수는 없지만 70% 이상은 해결할 계획이다.

# 회사의 요즘 사정은 어떤가?

=일감이 많이 줄었다. 2년 전부터 물량이 조금씩 감소해 왔다. 수주가 어렵다는 걸 알지만 이는 경영진의 책임인데 책임지는 모습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번 인사에도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공통직은 KF-X(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 LAH(소형무장헬기), LCH(소형민수헬기) 사업만 해도 매년 200~300명 씩 채용인원이 늘고 있는 반면, 현장직은 일이 없어 잔업을 못하니까 기본임금만 받고 있고 생활패턴이 일정하지 않다. 대책이 필요하다.

# 하성용 사장의 신년사를 평가한다면?

=APT 사업에 사활을 건다고 하는데 성공한다면 회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타격이 클 것이다. 경영진의 의지는 좋은데 ‘우리가 된다’라는 보장이 없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게 사실이다. 10%라도 안 될 확률이 있으면 대비를 해야 하는데 준비가 없는 것 같다.

# KAI 민영화에 대한 의견은?

=종업원들이 편하자고 민영화를 반대하는 거 아니다. 항공산업은 세계적 추세가 대형화고 국책화다. 우리나라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정부 주도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민영화를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삼성 등 투자의 여력이 있고 재무구조가 안정돼 있는 기업이 인수의사를 밝히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부실자산이 많은 대한항공 같은 기업은 반대한다. 우리 회사를 인수할려면 2조5천억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데 지금 경기상황에는 인수할 대기업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최근 한화 인수설도 있는데 분명한 건 인수기업의 비전과 발전방안, 노조와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본다.

▲ 류재선 한국항공우주산업 노조위원장.

# 일부 협력업체와 불거진 KAI 갑질 논란에 대한 견해는?

=KAI와 대명엔지니어링 간 갈등은 회사의 갑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양측 모두에 책임이 있다. 앞으로 협력업체, 외주업체와의 관계와 거래에 있어 공평하게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노조가 견제자,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 노조의 사회공헌 활동 계획은?

=그동안 회사 차원의 나눔봉사단을 통해 활동해 왔는데 사회공헌실 활동으로 이어간다. 노조가 진행하고 있는 문화한마당 행사를 지속하면서 노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실천할 계획을 갖고 있다.

# 사천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KAI 경영진과 사천시(시장)가 갈등을 빚었고 앙금이 아직 남아 있는 걸로 보인다. 서로가 마음을 열고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직원들의 고충 중 하나는 회사 주변 주차공간 부족이다. 새로운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사천시의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모든 면에서 노조와 사천시가 유대관계를 잘 맺어 나갔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노조위원장 자리가 감투 쓰고 사장과 어깨 나란히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노조는 직원들이 사용자에 맞설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노조위원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겠고 욕심은 없다. 조합원의 현안사항과 고충을 해결하는데 주력하겠다. 의례적인 자리 참석보다 사천에 있는 가장 큰 규모 사업장의 노조위원장으로서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나 조직과 함께하는 활동을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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