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사랑하기 때문에>

▲ 영화 포스터.

유재하의 노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사랑하기 때문에>는 노래가 가진 정서의 힘을 빌려와 구태의연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특별할 지도 모르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데뷔앨범을 내자마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재하의 사연과 노래를 그대로 가져온 건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줄 요약을 하라면 이 가사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사랑을 고백하러가다가 뜻밖의 사고로 타인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 차태현(feat. 김유정)을 중심으로 한 옴니버스 영화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묶는 공통의 정서는 늘 그렇듯이 사랑과 위로다. (사실 요즘같이 어수선한 시절에 사랑과 위로마저 없다면 얼마나 암울하겠냐만) 누구나 인생 뭐 별 거 있냐고 유행가처럼 읊조리지만 노트 몇 권으로는 부족할 대하소설을 써내려가는 것이 각자의 삶이다. 그렇게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고군분투 따뜻한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차태현은 익숙한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해낸다.

사실 배우 차태현이 가진 캐릭터의 힘은 양날의 검이다.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차태현식 코미디’는 안심하고 보는 착한 영화라고 포장할 수도 있지만, 그 얼굴의 이면에는 빤한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지루함이 있다. 최소 80%는 예측 가능한 스토리와 익숙한 연기, 편안하지만 새로울 것 없는 연출까지, 매일 보는 풍경처럼 참으로 가지런하고도 예쁘장하게 줄 세워 놓았다. 그러니 큰 것 한방만 기대하지 않는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부담이 없다. 더도 덜도 아닌 생각하는 딱 그 정도의 따뜻함과 감동을 이끌어내니까. (각 에피소드의 중심에 위치한 배우들과 그 배우 특유의 캐릭터와 군더더기 없이 딱 맞아 떨어지는 합은 정말 훌륭하다. 특히 관록의 박건형 앞에서는 유치한 스토리를 잊고 기어이 눈물을 떨구게 만든다) 그게 전부다.

한 가지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다재다능한 배우 차태현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 코미디 배우 로빈 윌리암스의 <스토커(One Hour Photo)>처럼 극단적인 변신은 아니더라도 익숙함 뒤에 숨은 배우의 다른 얼굴 정도는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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