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너의 이름은>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좋은 이야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사랑을 받는다. 짧은 노랫말 속에 담긴 예술성으로 밥 딜런은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며, 변방의 장르였던 다큐멘터리가 이제는 대중 속으로 들어왔다. 이렇듯 진심이 담긴 이야기는 힘이 있고 그 힘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다. 공공연하게 천만 예약 영화라 불리는 <마스터>와 메이드 인 헐리웃 <패신저스>를 제치고 예매율 1위를 한 영화 <너의 이름은.>도 이 맥락에서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도쿄에 사는 소년과 시골에 사는 소녀의 영혼이 서로 바뀌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 누구라도 이 정도의 만화나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로 단순한 설정이지만, 여기에 어떤 의미를 담고 어떻게 포장해내느냐에 따라서 싸구려 공산품이 명품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너의 이름은.>은 음악으로 뼈대를 세우고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영상미로 살을 붙인 뒤 진심이라는 화장을 곱게 먹였다. 이것이 혼연일체가 되니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특별한 서사가 만들어졌다.

<초속 5cm>와 <언어의 정원>등으로 국내에도 팬층을 가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지만 지지 기반은 마니아층이며 대중적 인지도는 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예매율 1위에 오른 가장 큰 동력은 ‘입소문’이다. 그 입소문의 중심에 이 영화가 가진 스토리의 힘, 진심이 주는 울림이 있다. (뭐 그렇다고 엄청나게 흥행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은 어디까지나 메인스트림이 아니라 서브컬쳐이니까)

이 진심이란 건 다름 아니라 ‘위로’이다. 동일본대지진을 연상케 하는 사건과 이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듬으려는 그 시도가 관객의 마음에 스며들었다고 하겠다.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 현실 같지 않은 현실에서 한 걸음 벗어나, 판타지 같은 이야기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감정의 쏠림이다. 여기에 두 소년과 소녀의 운명과도 같은 예쁜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재난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그럴 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간에 개연성이 없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겠다. 만화版의 추가설정을 확인하고 나면 구멍 난 개연성이 채워지고 이해가 간다고 하는데, 그렇게 열성적으로 뒤져볼 사람이 몇이나 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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