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2016년 연말 뮤지컬은 <라라랜드>가 열고 <씽>이 닫는 모양새다. 그래서 영화 카피처럼 이보다 더 씽(Sing)날 순 없기를 바랐다. 결론은 절반의 성공이나 그 절반이 주는 감정적 여운은 깊다. 뮤지컬의 본령을 잊지 않고 100분이 넘는 시간 시종 일관 휘몰아치는 노래는 그야말로 귀호강이다. 노래를 좋아한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언에 공감하는 이유다.

▲ 영화 포스터.

<미니언즈>와 <마이펫의 이중생활>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답게 캐릭터 구축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프거나 구질구질하거나 철없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바닥에서 올라오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캐릭터들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짠하다. 게다가 노래는 기본이다. 이제 탄탄한 스토리 라인에서 뛰어놀기만 하면 게임 셋인데 이 지점에서 비틀거린다.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지만 그들이 처한 갈등상황과 해결하는 방식은 너무 뻔해서 유치하기까지 하다. 감동코드도 뻔하고 어른들을 겨냥한 느낌의 유머코드도 식상하다.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아이들의 장르가 아니다. 캐릭터들의 성격과 스토리를 감안할 때 <씽>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의 공감에 기대는 부분이 큰 영화다. 아쉬운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어른들의 폭발적 공감을 끌어냈던 <주토피아>와 <인사이드 아웃>과 여러모로 비교가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는 충분히 즐겁고 위로가 된다. 따라서 <씽>은 관전 포인트를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이른바 좋은 영화의 기준인 좋은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가 어우러진 웰메이드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두 시간 남짓 아무 생각 없이 뮤지컬 애니메이션 특유의 노래가 주는 여운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충분히 감동에 흠뻑 젖기에 부족함이 없다.

동물과 노래라는 더없이 좋은 소재, 연기는 물론 노래실력까지 갖춘 배우들로 평작 수준에 머무른 건 많이 아쉽다. 타성에 젖은 스토리 전개방식 등 익숙한 클리셰와 관습에 의존한 탓이다. 애니메이션 팬으로서 제작사인 일루미네이션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차기작은 풍성한 볼거리와 귀호강도 좋지만 조금 더 웰메이드에 다가갔으면 좋겠다. 억지 감동이 아닌 저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 떨구는 그런 스토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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