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 김강 주무관.

알면서 짓는 죄와 모르고 짓는 죄 중에 어떤 것이 더 위험할까? 보통은 알면서 짓는 죄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아니다’이다. 무지에서 비롯된 죄악이 더 위험하다. 기원전 백년 무렵 인도 북부에서 승려 나가세나와 위대한 왕 메난드로스 간에 이런 대화가 있었다. “대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벌겋게 단 쇳덩이를 알고 잡은 사람과 모르고 잡은 사람 중 누가 더 많이 데겠습니까” “존자여, 모르고 잡은 사람이 더 데겠지요” “대왕이시여, 그와 마찬가지로 모르고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죄가 더 위험한 것입니다”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어느 정도 강약조절을 하거나 중간에 멈출 수 있지만, 무지한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힘을 그 잘못에 쏟아 부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사회의 부패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알지 못한다. 스스로 청렴하다고 생각하며 ‘이정도 쯤이야’하는 행동이 알고 보면 부정부패 행위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도 청렴하지 못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국가청렴도 지수(부패인식지수, CPI)는 56점으로 OECD 34개국 중 27위, 전체 168개국 중 37위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그 점수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정체상태에 있다. 부패인식지수가 70점대면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평가 되며, 50점대는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도 낙제점수인 60점 미만 딱 그 정도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자정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부패 관련 굵직한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미봉책으로 만들어진 허술한 법이 아닌 부정부패의 근본부터 바로잡기 위한 법이 시행 된 것이다. 지난 9월 28일 시행된 일명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 시점에서 청탁금지법의 시행은 우리사회의 청렴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정부패인 줄 알면서 저지르는 사람에게는 멈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모르고 저지르는 사람에게는 잘못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10일 동안 국민권익위원회는 11건의 신고를 접수했고, 하루 평균 170여 건의 문의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검경 및 감사원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를 비롯한 국민들이 반부패․청렴에 대한 강한 인식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청렴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의 부패정도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개선을 위해서 그에 맞는 정책시행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모여 마침내 우리나라도 전 세계가 인정하는 청렴한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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