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게 닫혀 있는 SPP조선 출입문.

SPP조선 사천조선소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다. 이제는 닫혀 있는 철제 출입문을 경비 한 명만이 지키고 있다. 대형 트럭과 노동자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던 곳이다. 노동자의 손이 닿지 않는 각종 자재들과 크레인들은 녹슬어 가고 있다. 조선소 주위를 둘러싼 주차행렬은 사라졌다.

지난달 5일 도크에서 작업이 끝난 선박 2척이 떠난 후 한 달이 훌쩍 흘렀다. 그 사이 협력업체 직원들은 조선소 안에서 사무실로 사용하던 컨테이너박스를 모두 가져갔다.

통영과 고성, 사천까지 3곳의 조선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 SPP조선 직원은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약 7500명에 달했다. 세 차례의 명예퇴직. 이제는 법적소송과 자산매각, 관리 등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 50명 정도만 남아 있다. 올 봄까지만 해도 본사 직원은 600명이 넘었다. SPP조선 근로자위원회는 지난달 해산했다. 본사와 협력업체 직원들은 직장을 잃고 전국으로 흩어졌다. 인근 상가는 손님이 크게 줄어 울상이다.

SPP조선은 지난 2010년부터 회사사정이 나빠졌다. 파생상품에 투자해 손실이 컸고, 신규 계열사 투자 실패 등으로 5월부터 우리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지금까지 관리를 받고 있다. 채권단은 그동안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수주를 했는데도 RG(선수금환급보증)를 발급하지 않았고 일감은 사라졌다. 올해 초 채권단은 회사를 팔려고 M&A 시장에 내놓았고 SM(삼라마이더스)그룹이 인수의사를 밝혔지만 매각가격 문제로 결국 매각은 실패했다.

채권단은 최근 SPP조선 자회사인 SPP해운에 대한 파산신청을 법원에 하는 등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내년 2월, 늦어도 3월까지 마지막 수주량을 인도하면 사실상 폐업이다. 고성·통영조선소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인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사천조선소 재매각은 무산된 분위기다. 전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매각 대상자를 찾기가 어렵다. 사천의 도로표지판에 적혀 있는 ‘SPP해양조선’을 지워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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