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병주 뉴스사천 발행인

최순실 씨로 촉발된 국정농단 사건이 대한민국을 휘감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엔 100만 인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한 가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사천시민 300~400명도 함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시각, 사천의 청소년 수십명도 촛불을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민심이 정말 무섭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정치인이나 나라로부터 녹을 먹고 사는 공직자 입장에서 나올 법한 말이지요. 하지만 보통의 평범한 시민 입장이라면 이 말은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민심이 정말 자랑스럽다!” 이렇게 말입니다.

사실 말이 쉬워 100만이지 놀라울 일입니다. 사사로운 이익이 아닌 공익의 문제로 아까운 제 시간과 돈 써 가며 스스로 이만큼 모였음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그만큼 이번 사태를 국가적 위기상태로 인식한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태를 짧은 시간에 이렇듯 크게 확산시킨 데는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큽니다. 국정을 이끄는 일에 친분이 있는 사적 관계를 깊숙이 간여시켰고, 이에 따른 거센 비판여론에도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기보다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어쩌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 사실을 숨기고 증거를 감추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입니다. 그것도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다기보다 여전히 누군가의 지시 또는 자문에 의존해 수동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라고 탄식합니다. 국정 운영에 민주적 절차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규정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부끄럽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뽑아놓은 대통령이 정말 이런 수준의 사람이었나’ 하는 자괴감이 깔려 있습니다.

이는 5%라는 역대 최저 국정지지율로 나타났습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경남부산울산에서도 5%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기대’가 ‘실망’과 ‘분노’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20대 젊은이들은 국정지지율이 ‘0’이라고 하니, 그들의 절망감이 얼마나 큰지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누구보다 국민과 민심(民心)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입니다. 세계정세가 급변하느니, 경제·외교·안보가 위기라느니 하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절망하고 부끄러워하는 국민들의 민심을 읽고 결자해지(結者解之)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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