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평행과 역설

▲ 「평행과 역설」에드워드 사이드·다니엘 바렌보임 지음 / 마티 / 2011

「평행과 역설」은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1942~ )’, 그리고 팔레스타인 출신의 세계적인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1935~2003)’가 사이드 생전 5년에 걸쳐 나눈 6회의 대화를 기록한 대담집이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상반된 인생여정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은 정치적 견해에 있어서는 시종일관 어긋난 견해를 피력한다. 그러나 음악가인 동시에 행동하는 철학자인 바렌보임과 문학과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가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사이드는 오늘날의 음악, 문화, 정치를 독특한 하나의 전체로 바라보며 만남과 어긋남, 닮음과 다름, 그리고 평행과 역설을 오가는 화해와 공존을 보여준다.

사이드는 ‘정체성이란, 고정된 장소나 변치 않는 무엇이라기보다 일종의 흐름’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이드의 발언은 ‘유대인의 우수한 음악성을 세계에 떨친 위대한 음악가’로 평가되어 울프상을 받게 된 바렌보임의 시상식 해프닝으로 중첩되기도 한다. 이스라엘 의회에서 열린 시상식(2004)에서, ‘독립이라는 미명 아래 다른 나라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며 이스라엘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한 바렌보임의 발언은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음악은 중요하고 결정적인 열정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음악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며,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되지 않기에 오히려 생산적인 만남을 이끌 수 있다. 또한 음악은 어떤 예술 장르보다 즉각적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준다. 같은 맥락으로 바렌보임은 오케스트라 연주에 대해 ‘남을 위한 공간을 배려해주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의 자리를 주장하는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분단국가이자 최근 다문화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단일 민족 강박의 우리사회에도 서로 다른 것들이 어떻게 섞여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세상의 일부를 형성할지에 대한 통찰을 전해주는 이 책은 여전히 매우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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