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CC 전 직원 “저수지 물 몰래 빼 쓰는 시설 운용” 고백
사천CC “예전에 있었으나 지금은 안 써”…일부 사실 인정
농어촌공사 “하동에서 35km 끌어온 농업용수…수사의뢰”
“제한급수 받아 농사짓는 우리에겐 피 같은 물” 끓는 농심

 

▲ 사천CC가 인근 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몰래 빼 썼다는 주장이 일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천CC C코스 6번홀 전경.

경남 사천의 한 골프장에서 인근 저수지의 농업용수를 무단으로 뽑아 쓴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골프장 주변 농경지는 상습가뭄피해지역이다. 해당지역 농민들은 “피 같은 물을 도둑맞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문제의 골프장은 사천시 서포면에 있는 사천컨트리클럽(=사천CC)이다. 사천CC는 27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으로, 2013년 9월에 준공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 사천CC가 골프장과 접한 외구저수지에서 상당기간 물을 몰래 뽑아 썼다는 주장이 나와 놀라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사천CC 운영업체인 주식회사 한올에서 올해 초까지 근무했던 A씨로부터 나왔다. 그는 최근 <뉴스사천>과 가진 인터뷰에서 “골프장을 건설할 때부터 페어웨이 지하로 저수지 물이 흘러들게 하고 집수정을 묻었다. 이 물을 골프장 내 저류지로 퍼 올렸다가 잔디를 가꾸는 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천CC는 저수지의 농업용수를 끌어다 골프장 관리에 쓴 것으로,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농어촌정비법에는 농업생산기반시설관리장의 허락 없이 용수를 인수함으로써 농어촌용수 이용‧관리에 지장을 준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엄격히 정하고 있다.

외구저수지 시설관리자인 한국농어촌공사 사천지부에 따르면, 사천CC와 맞닿아 있는 외구저수지는 가뭄 피해가 잦은 서포면 일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됐다. 더구나 외구저수지 물은 35km 떨어진 하동댐(하동군 소재)에서 인공적으로 공급되는 것으로, 그만큼 서포면 일대는 평소 농업용수 부족난이 심각하다.

외구저수지 물을 몰래 빼 썼다는 의혹을 두고 취재에 들어가자 사천CC 측은 처음엔 펄쩍 뛰며 부인했다. 하지만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천CC 옛 사진, 집수정과 배관 흔적이 남아 있는 설계도면 등을 제시하자 일부 내용을 인정했다.

사천CC 김명현 상무는 “그런 시설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 있는 시설로 인식해 2013년 골프장 준공 무렵에 건설본부가 철수하면서 시설을 폐기했다. 따라서 실제 사용은 거의 없었다.”고 해명했다.

▲ 사천CC가 인근 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몰래 빼 썼다는 주장이 일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천CC C코스 6번홀 전경.

그러나 사천CC의 이 같은 해명을 A씨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준공 전인 2012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 약 2년간 사용했다.”며 “양은 하루에 약 200~300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장부터 팀장, 과장까지 참여하는 주간회의에서 이 문제가 여러 번 언급됐기에 사장이 이 내용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천CC가 외구저수지 물을 몰래 빼 썼다는 의혹을 접한 농어촌공사 측은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뜻을 밝히고 있다. 농어촌공사 사천지부 강향만 차장은 “사천CC가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현재 겉으로 불법시설물을 확인할 길이 없고 물을 얼마나 빼 썼는지 알기도 힘든 만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수지 물을 골프장에서 몰래 빼 썼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자 서포지역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 사천시연합회장이기도 한 강금용 씨는 “서포지역은 동네마다 제한급수를 받아야 할 만큼 물이 귀한 곳이다. 그런데 멀리 하동에서 보내온 농업용수를 골프장에 썼다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포면을 선거구로 둔 김봉균 시의원은 “농민들 사이엔 예전부터 있던 의혹이라 ‘그럼 그렇지’ 하는 분위기”라며, “그 동안 농어촌공사가 관리책임을 다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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