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진주박물관 - 뉴스사천 공동기획 > 국제무역항 늑도 탐구 ②

국립진주박물관이 사적 제450호인 ‘사천 늑도 유적’ 발굴 30주년을 맞아 특별전 ‘국제무역항 늑도와 하루노쓰지’(07. 19 ~ 10. 16)를 개최하고 있다. 이에 <뉴스사천>은 늑도 유적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널리 알리는 뜻에서 박물관의 도움으로 4회에 걸쳐 ‘국제무역항 늑도’를 기획 보도한다. (편집자주)

“석양이 질 무렵, 빠른 물살을 무사히 헤쳐 나오니 늑도가 눈앞이다. 배에 실린 사슴고기와 붉은 토기 속 술을 한 번 더 살펴본다. 영산강을 떠난 지 700여 리는 되리라. 닻을 내리고 짐을 풀자 상인 하나가 개와 함께 다가온다. 싣고 온 짐들을 저울에 달아 반량전(중국 화폐)으로 바꿨다. 함께 온 중국인은 아직도 청동거울을 두고 흥정에 여념이 없다. 늑도에서 귀향하는 왜인들의 배에는 그들이 구입한 철기들로 가득하다. 2000년 전 국제무역항 늑도의 저녁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국제무역항 늑도와 하루노쓰지’ 특 별전을 홍보하며 국립진주박물관이 제공한 글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유적과 유물을 근거로 2000여 년 전 늑도를 상상해 꾸민 글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그 옛날 늑도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늑도의 자연환경
큰섬산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 돌출되어 있고, 동쪽으로 조금 떨어져 초 양도・학섬이 위치하고 있다. 그러기에 늑도의 동쪽 해안은 강한 태풍에도 배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지형 조건이다.

남으로 남해 창선도, 북으로는 사천 만과 삼천포 일대, 동으로는 사량도와 고성만, 서로는 노량 인근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사방을 관망 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은 취락을 방 어하기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또 삼천포와 창선도 사이의 대방수도는 유속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다양한 어패류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 늑도 유적에서 출토된 사슴 뼈와 개 뼈 (사진=국립진주박물관)

뿐만 아니라 늑도는 주변 다른 섬들에 비해 식수가 매우 풍부한 편이었다. 현재의 늑도 주민들은 모두 육지에서 공급되는 식수를 음용하고 있으나 옛날부터 이용되어 왔던 우물이 지금도 3곳 남아 있다.

한편, 통영~여수간 연안항로를 따라 이동하는 배가 남해도 외곽의 먼 거리를 돌아가지 않고 이동하려면 늑도 주변의 대방수도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이때 빠른 조류로 인하여 단번에 횡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방수도의 중간에 위치한 늑도를 중간기착지 무역항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늑도의 먹거리
늑도 유적에는 패총이 넓게 형성되어 동물뼈가 잘 보존될 수 있었다. 패총 외에도 주거지, 분묘 내에서 동물뼈가 다량 출토되기도 했다.

패류는 굴이 전체의 60% 정도로 다수를 점했으며, 홍합류, 백합, 눈알고둥, 밤고둥, 두드럭고둥, 갯고둥 등 다 양한 패류가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동물뼈의 경우도 사뭇 재밌다. 늑도 유적에서는 총 5000여 점에 달하는 사슴, 노루, 멧돼지, 소, 말, 여우, 너구리, 오소리 등의 육상포유류와 고래, 수달, 강치 등 해양포유류가 확인되었다. 그 가운데 사슴은 전체 육상포유류 동물 중 83.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는 한반도의 다른 유적에서의 동물뼈 출토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늑도와 같은 작은 섬에서 이처럼 많은 사슴이 서식했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대부분의 연구자 들은 사슴을 외부에서 반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사슴의 견갑골은 점을 치는 데 주로 사용됐다.

흥미로운 것은 개 뼈다. 늑도 유적에서 28개체 이상의 개 뼈가 확인됐다. 식용으로 사용된 뒤 버려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무덤에서 주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인간과 개의 친밀함을 엿볼 수 있다.

물고기뼈는 총 12종 100여 점이 출토되었다. 돔과 숭어 뼈가 다수였으나 확인된 어종은 다양했다. 빗창, 작살, 낚시바늘 등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도구를 이용한 어로행위도 활발했던 모양이다.

반면에, 식물자료는 많지 않다. 늑도ⅠA지구 2, 8, 9호 주거지에서 곡물의 압흔이 관찰된 바 있고, 11호 주거지에서 탄화미 3점이 보고되었다. 곡물 자원이 당시의 생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 만 확인되었지만 쌀이 존재했음은 알 수 있다.

늑도의 배
늑도 유적에서 선착장 시설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늑도의 자연‧지리적 환경과 출토유물 등을 볼 때 선착장 시설은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 늑도 유적에서 출토된 배모양 석기(위)와 석제 닻 (아래) (사진=국립진주박물관)

이에 비해 일본 이키섬 하루노쓰지 유적에서는 선착장 시설이 발굴됐다. 선착장은 기초부분에 목재나 돌을 깔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말뚝을 박았으며, 그 위에 나무껍질을 깔면서 흙을 쌓아올리는 부엽공법을 사용했다. 늑도의 선착장도 이와 유사했으리란 짐작만 할 뿐이다.

늑도에서 출토된 배 관련 자료는 배 모양 석제품 3점과 소형 배 모양 토기 2점, 그리고 현무암 재질의 석제 닻 1점 등이다. 특히 C지구에서 출토된 배모양 석기 중 1점은 크기와 형태가 광주 신창동 출토 목제 배모양 용기와 유사하다.

지금까지 출토된 자료로 늑도의 배를 추정해 본다면 최소한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배의 몸체가 넓고 배의 선수부가 돌출된 김해 여래리 출토 배모양 토기와 비슷한 형태다. 둘째는 카누와 비슷한 독목주 형태다. 분명한 것은 연안 항해용 독목주 형태의 배와 더불어 석제 닻을 사용한 장거리 항해용 배가 함께 존재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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