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이미지 출처=메가박스)

청춘이던 시절에는 어르신들께서 흔히 말씀하시는 세월이 쏜살같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젠 그 뜻을 충분히 느낀다. 특히 엊그제 같던 기억이 수십 년 전의 추억이 되어버 렸을 때는 정말 한숨만 나올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스트버스터즈>는 너무나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32년 전의 영화란 말인가? 하고 아쉬움 섞인 탄성을 토해내게 된다고나 할까. 어찌됐건 간에 과거의 추억을 현재로 되살린다는 건 반가우면서도 두려운 일이다. 얼마 전에 첫 사랑을 재회하는 것 마냥, 기대와 두려움 섞인 심정으로 봤던 <레전드 오 브 타잔>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젠더 스와프(Gender Swap)를 관람 포인트로 내세우지만 전복이라도 불러도 좋을 이 역할 바꾸기는 원작의 향취를 전혀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적 외 피를 두른 유머와 함의는 ‘쎄게’ 무장 한 걸크러시(Girl Crush)를 등에 업고 러닝타임 내내 한눈 팔 틈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유령금지 표시부터 자이언트 마시멜로맨까지, 원작에 대한 친절한 오마주는 팬들의 추억을 소환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그 주제곡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쁘기 짝이 없다.

물론 영화를 보는 관점이나 접근하는 정서적 기준을 달라서 혹평을 쏟아내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팬이라 면 놓치면 후회할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아무리 스케일이 크고 CG가 훌륭해도 지루하면 외면  당하기 마련인 법. 코미디는 재미가 본령이니 우선 그것 하나만큼은 나무랄 데 없다. 그 재미를 견인하는 최고의 장치는 캐릭터다. ‘쎈’ 언니 4명의 연기도 훌 륭하지만 백치미가 흘러넘치는 크리스 햄스워스는 젠더 스와프(Gender Swap)라는 포인트의 백미다.

물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약하고 CG로 점철하는건 상당히 아쉬우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 시절의 추억을 재현했다는 점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밖에 없다. 32년만에 돌아온 유령보다 더 무서운 <고스트버스터즈>는 단언컨데 강하다.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화답하듯 명불허전이 무엇인지를 증명한다. 이토록 귀여운 유령이라니! 예전부터 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코믹과 공포가 이토록 잘 어우러지는 영화도 드물 것 같다.

<참고사항> 원작에 바치는 쿠키영상도 꼭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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