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역대 가장 뜨거운 여름이라며 언론은 호들갑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덥다. 직업상 에어컨이 켜진 실내에 주로 머물긴 해도 한낮 바깥에 있을라 치면 숨이 턱턱 막힘을 느낀다.

에어컨. 현대인에게 없으면 참 불편할 물건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시원한 바람 아래 있기 위해 그 만큼의 열기를 외부에 쏟아 내는 일, 이렇게 이기적인 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나는 오늘 엄청난 열기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이 여름이 지나면 곧 시원한 가을이 오겠지'라는 믿음이 큰 모순일 수 있다는 생각마저 갖게 됐다.

통계자료를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확실한 것은, 에어컨은 점점 많이 보급될 것이고 그만큼 시원한 여름에 대한 갈증은 높아질 것이며, 그 갈증을 축이기 위해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열기를, 내가 머무는 곳 그 바깥으로 뿜어 댈 것이다. 그러나 지구는 언제까지 그 열기를 받아 줄 수 있을까?

사람은 이제 환경에 적응하기 보다는 환경을 바꾸기 시작했다. 바꾸는 방향은 편안함과 안락함이다. 마치 그것이 미래에 어떤 재앙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상관없다는 듯이.

그런 맥락에서 에어컨을 바라보니 내 감정은 더 처참하다. 실외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거북함에도 내 몸은 이미 에어컨에 적응하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끄면 곧장 땀이 흐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지 싶다. 반성이 필요하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이 열기는 결코 온난화라는 말처럼 그렇게 온난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기에. 우리가 이미 익숙해졌듯이, 우리의 자녀들은 에어컨에 더욱 익숙해지면서 자랄 것이다.

결국 인간이 시원함을 쫓는 만큼 지구는 점점 더 데워질 가능성이 크다. 불에 달궈지는 가마솥에서 헤엄치다 자신도 모르게 점점 죽어가는 개구리. 우리 인간도 지금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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