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부산행> ⓒ 제작사(레드피터)

[뉴스사천=배선한 객원기자] 부산행 좀비 열차가 현재 천만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이슨 본>과 <인천상륙작전>이 맞불을 놓을 예정이지만 심상찮은 입소문 탓에 흥행바람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좀비 영화가 드문 한국 영화 시장에서 조금은 의외다. 하지만 그 의외성이 한국 영화의 장르적 다양성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에 부산행의 연착륙은 희소식이라 믿는다.

흔히들 좀비 영화는 취향을 타는 장르라고들 한다. 하지만 사실 좀비 영화만큼 남녀노소 불문하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도 흔하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드고어물이나 공포물의 경우 영화인줄 알면서도 장르 특유의 몰입도나 현실감 때문에 보고나서도 이미 사로잡힌 공포심에서 벗어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좀비 영화의 경우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해 오히려 덜 공포스럽다.

영화적 기술 발전과 관객들 입맛에 따라 좀비도 진화해서 한쪽으로 비스듬히 고개를 꺾고 두 손을 앞으로 내민 채 뒤뚱뒤뚱 다가오는 좀비는 요즘 영화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사랑을 느끼거나(<웜바디>), 고뇌하거나(<28일 후>), 전략전술에 능한(<월드 워Z>)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행> 좀비는 고전적 좀비에 가깝다. 속도를 탑재해 걷는 대신 빠른 속도로 달리지만 고뇌하지도 머리를 쓰지도 않는다.

좀비 마니아들의 경우, 그래서 장르적 재미는 더 순수하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 그렇다. 좀비는 부지런히 달리고 야무지게 물어뜯는 그 본령만 다하면 반쯤은 성공이다. 우아하게 피를 빨면서 여주인공과의 로맨스도 엮어내야 할 드라큘라보다 훨씬 단순하고 본능적인 캐릭터다. 그 충실한 본능이 영리한 연출과 만나면 영화는 알아서 달려가기 마련이다. <부산행>은 그 점에서 성공적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에 좀비가 타면서 벌어지는 일, 줄거리는 단순하고 영화적 장치도 단조롭다. 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달려가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발 빠른 좀비들은 관객들이 도망갈 틈을 주지 않는다. 그 와중에 공유는 피 칠갑을 해도 멋지고, 마동석은 주먹을 휘둘러도 러블리하고, 아역배우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무엇보다 살짝 부실한 스토리를 잊게 만드는 속도감 있는 연출이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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