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포스터. (이미지 출처=메가박스)

한동대 법대 김두식 교수가 쓴 『불편해도 괜찮아』에 심금을 울리는 굉장히 멋진 말이 나온다. ‘질량 보존의 법칙’의 변주한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건데, “모든 인간에게는 평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지랄을 사춘기에 다 떨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거다. 어릴 때 개망나니였던 자식이 커서 효자가 되고, 젊을 때 바람둥이가 결혼하고 나서 조신하게 생활하는 것도 다 지랄 총량의 법칙의 일환이라는 거다.

영화 <나우 유 씨 미2>를 보는 내내 이 말이 떠올랐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마술을 이용한 사기행각을 그리고 있는데, 마치 전편이 그어놓은 재미의 한계가 끝이라고 선언이라고 하는 것 같다. 김두식 교수의 말을 빌어서 ‘재미 총량의 법칙’이랄까. 가지고 있는 구슬이 10개라면 딱 그만큼만 보여주고 만다. 마술의 극한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에 집중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전편에 비해, 무대를 유럽과 아시아까지 확장함에 따라 눈요기가 늘었음에도 쓸데없는 사족만 덧붙인 느낌이다.

그러니까 구슬배치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만 고민했을 뿐이지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딱 기대했던 수준의 볼거리만 보고 말았다는 느낌이다. 산술적으로는 1+1이 2가 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기왕이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야 성공한 보람이 있는 법인데 그러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게 역력하다.

아쉬움 하나. 중국시장을 신경 썼다는 게 티가 날 정도로 보인다. 연출이 중국계 미국인 존 추이며, <보이지 않는 비밀>에서 환상적인 피아노 실력을 보였던 주걸륜도 나온다. 무난하게 녹여냈으면 좋았겠으나, 결론은 대체 왜 나온 건지 모를 정도로 비중 없음.

아쉬움 둘. 개인적인 아쉬움인데 <Le Concert>에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35번을 멋지게 연주해 내던 멜라니 로랑을 볼 수 없다는 것.
아쉬움 셋. 우리의 영원한 해리 포터,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얼굴이 폭삭 삭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빗방울 마술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경이와 환상이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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