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굿바이싱글 영화포스터. (이미지 출처=메가박스)

[뉴스사천=배선한 객원기자] 세상의 모든 일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비호감 덩어리의 철없는 톱스타 여배우, 안타깝게도 세상사는 자기의 뜻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법이라 들어오는 배역을 비롯해서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정말 힘든데 누구 하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 없으니, 오직 나만 바라보고 생각해주는 진정한 가족을 만들겠다는 마음에 당당하게 외쳤다. “나, 임신했어요!”

일반적으로 호황에는 슬픈 로맨스가, 불황에는 코미디가 뜬다고 한다. 꼭 그것만이 이유인 것은 아니나 어찌됐건 현재 꽤나 사랑을 받는 <굿바이 싱글>은 재미와 웃음으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마무리 하는 기본공식을 고스란히 따르는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다. 그렇다고 내용까지 가볍진 않다. 미혼모에 대한 불편한 시각, 가족이 꼭 혈연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대안 가족 모델의 제시 등 100분 토론에서나 다룰 법한 묵직한 주제를 얼기설기 요리해 낸다. 그렇다, 얼기설기. 시나리오가 알찬 구석은 없다. 민감하고 불편한 주제를 그냥 영화를 위해서 억지 소재로 끌어온 느낌마저 들 정도로 아무런 대안 제시조차 하지 않는다.

사실 코미디 영화가 무슨 투사도 아니고 대안까지 제시할 필요는 없다. 상기시키는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 아무 생각 없이 깔깔 웃을 수 있게 멍석만 깔아줘도 된다. 그런데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부루스를 추는 제비처럼 전반적인 포지션 자체가 좀 엉거주춤하다. 흥행만 할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아예 대놓고 뻔뻔하게 나왔으면 훨씬 나았을 게다.

웃음도 마찬가지다. 권투선수가 카운터를 먹였으면 끝장을 내는 것이 인지상정이나, 힘들다고 지쳤다고 쉬었다가 덤비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그런 엄청난 비효율이 난무하는데, 끝까지 불편함 없는 것은 캐릭터의 힘이자 연기하는 배우의 역량 덕분이다. 갓혜수라고 불리는 김혜수와 마요미라고 불리는 마동석 등 주요 캐릭터가 시쳇말로 멱살을 잡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다소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하고 웃음을 견인하고 있으니, 정말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배우들이다.

그런데, 코미디 영화의 기본은 ‘권선징악’ 아니던가. 나쁜 놈이 잘 먹고 잘 산다는 현실보정을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판타지의 세계에서만큼은 시원한 사이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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