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불의 전차 영화 포스터. (이미지 출처: 메가박스)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한 재개봉 열풍으로 고전 명작이 수혜를 받고 있다. 고전은 결말을 안다고 해도 퇴색되지 않는 그 감동이 있으니, 과거 명작을 보지 못한 신규 시네필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인 셈이다.

그리고 곧 시작될 브라질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즈음에 볼만한 고전명작이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 1981)>다. 올림픽의 꽃이라는 육상 종목에 출전한 두 선수-한 명은 사회적 편견을 깨고자 했고, 또 다른 이는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다 스스로 메달을 버려야 했던 집념의 두 선수의 감동적인 달리기를 그린 영화이다. (사실 종교적 신념을 너무 과대 포장한 감도 있어 훌륭한 영화라는 것에 반기를 드는 의견도 다수이지만, 음악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너무나 쉽게 언급하고 너무나 쉽게 이야기되는 것 중에 하나가 ‘스포츠 정신’이다. 전쟁이라면 승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지만, 스포츠 정신은 말 그대로 정정당당한 승부를 위해서 신념에 굴하지 않는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다. 이런 스포츠 정신이 살아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축제가 흔히 올림픽이라고 하는데,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국가주의와 코카콜라를 위시한 자본주의가 개입하는 그 순간부터 아마추어리즘의 순수성은 훼손된 지 오래다. (제29회 베이징 올림픽은 그 정점이었다)
금메달이 아니면 어떻고 순위에도 못 들면 어떠하며 꼴찌면 어떠한가. 남들 웃고 즐기는 그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4년 간 또는 그 이상 매진해온 이들이기에 성적을 떠나서 모두가 영광의 전사들이다.

하지만 일등 제일주의는 그들의 진땀을 외면한 채 비난 일색이다. 사회적 편견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면 그것마저 모두가 비난의 수단이 된다. 최선을 다하고 받아든 성적표라면 자랑스러워해도 모자랄 텐데 말이다. 상업주의로 점철된 지금이 아니라 1924년 파리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다. ‘불의 전차’가 스포츠영화임에도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사회적 편견을 누르고, 신념과 스포츠 정신을 지키려는 두 인간의 자세가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불의 전차’는 ‘반젤리스’의 OST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처럼 빠른 비트가 아니라, 관조하듯 느릿한 배경음악은 심박수를 천천히 늘리며 마치 ‘인간승리’를 외치는 듯하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