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이 뿌옇게 변한 이유 놓고 설전
주민들 “레미콘 업체가 밤새 흘려보낸 것”
업체 “바닥 흙먼지가 빗물에…고의 아냐”
사천시 “사업장 관리 철저히 할 것” 주문

▲ 사천시 사남면 송암마을 주민들이 6월 19일 하천에 폐수가 흘러들었다고 주장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사진 위는 뿌옇게 흐려진 하천. 사진 아래는 사천시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레미콘공장 주변 수질의 산도를 측정하는 모습.

비가 내린 뒤 인근 레미콘공장에서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 들었다며 사천시 사남면 송암마을 주민들이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건이 발생한 때는 6월 19일 아침이다. 송암마을 주민들은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내린 비가 농사에 큰 영향이 없었는지 둘러보던 중 마을 앞 하천의 냇물이 뿌옇게 흐려진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수 백 미터 상류에 있는 레미콘공장에서 시멘트물이 흘러든 것이라 여겼다.

송암마을 구병삼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의 제보에 따라 오전 10시께 사천시청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뿌연 물줄기가 레미콘공장에서 비롯됐음을 확인했다. 이내 레미콘업체 관계자도 마을을 찾았다.

마을주민들은 “예전에도 이런 일이 몇 차례 있었다. 밤새 많은 비가 내릴 거라 예상하고 사업장 폐수를 고의로 흘려보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암레미콘주식회사 천남호 관리이사는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밤새 내린 비로 사업장 내 흙먼지가 빗물에 쓸려 내려온 것일 뿐 고의로 뭘 흘려보냈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 정암레미콘 공장 아래쪽 집수조. 사천시 환경위생과에서는 집수조를 비롯한 사업장 관리에 부족함이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팽팽히 맞서던 양측은 사업장과 그 주변을 직접 살펴보기로 합의했다. 이에 환경위생과 직원들(허성오·송주연 주무관)과 구 이장은 사업장을 방문해 구석구석 살폈으나 특별히 고의로 흘려보냈을 법한 의심스런 정황은 찾지 못했다.

다만 환경위생과 측은 “집수조가 퇴적물로 가득 차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사업장 바닥 관리상태도 좋지 않다”며 “현 상태로는 비가 내릴 경우 재발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암레미콘 천 이사는 “결과적으로 마을주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번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 “비가 와서 그렇다면 1년에 열 번도 넘게 (이런 일이)생겨야 한다. 그런데 몇 년에 한 번 씩 이런 일이 생기니 다른 이유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마을은 하천 인근에 관정을 뚫어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암레미콘은 고성군 하이면 봉원리에 위치해 있지만 수계로는 사남면 권역에 해당한다. 1989년 석산개발과 함께 레미콘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석산개발은 만료되고 석재를 반입해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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