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 포스터.

이른 바 엑스맨 프리퀄 3부작 가운데 마지막이 되는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이 영화의 카피가 내용을 다 말해준다.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최강의 뮤턴트 아포칼립스가 부활하더니 세계를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고 나서는데, 자고로 선악구조에 권선징악은 블록버스터 무비의 불변의 진리 아니던가. 한쪽 편에 서서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보고 있으니 시간도 잘 간다.

이번 편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까지 시리즈를 진행해오면서 중구난방으로 흩어져있던 줄거리를 하나로 묶어냈다는 데 있겠다. 그 동안 몇 번의 삽질로 엑스맨 마니아들의 가슴은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졌는데, 다행히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순조롭게 가지치기를 해냈다. 다른 곳에서 삽질하던 브라이언 싱어였지만, <엑스맨> 영화 시리즈의 아버지라서인지 아들, 딸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안다.

문득 역대 어떤 뮤턴트들도 대적할 수 없는 최고의 빌런을 내세운 이유가 지금까지 엑스맨 캐릭터의 개성을 잘 살려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히어로들의 대결은 상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무소불위의 악당이 등장한다면 그런 상성 따위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어쨌든 여러 차례 제작진이 바뀌면서 엉망으로 각색되는 바람에 산으로 가던 이야기가 깔끔하게 마무리됐고, 이후에 펼쳐질 인간 vs 뮤턴트, 뮤턴트 vs 뮤턴트에 따른 철학적 고민을 보여줄 단초도 마련했다. 이 정도면 천의무봉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럴싸한 매조지이니 이건 전적으로 브라이언 싱어의 공이다.

일각에서는 혹평도 장난 아닌데, 충분히 공감 간다. 우선 전작을 보지 않았거나 시리즈 전반에 대한 이해가 없는 관객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게다가 성철스님의 돈오(頓悟)도 아니고, 캐릭터의 고뇌는 그냥 불고기 쌈 싸먹듯 순식간에 말아서 넘어간다. 그래도 이후 시리즈에서 각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의 이유를 알 수 있었으니 그걸로 퉁치면 되겠다.

현재 마블코믹스는 엑스맨과 어벤져스가 동시에 싸우는 에피소드를 진행 중이다. 그럼 엑스맨 vs 어벤져스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캐릭터의 판권이 달라서 쉽게 나올 수는 없겠지만, 소니 픽쳐스 소속 스파이더맨이 마블 스튜디오 소속 어벤져스에 출연했던 사례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 수많은 캐릭터라면 한 3시간짜리 대작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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