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경남본부의 ‘이상한 셈법’
‘지자체 예산’이 ‘자체 예산’으로 둔갑
시설물도 사천 줄이고 의령·창원 늘리고
대책위 “자료 조작”…8일 본사 앞 집회

경영평가 항목을 ‘자체 농업SOC예산’(최종 평가 지수) 대신 ‘지자체 농업SOC예산’(가정 평가 지수)으로 했을 경우 최종 경영지수가 크게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경영지수 합계는 소수점까지 꼭 맞지 않음.) 금액 단위 : 백만 원

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가 통폐합 대상 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 경영평가지표를 임의로 바꿔 사천지사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게 된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일부 경영평가지수에도 오류가 발견돼 사천지사의 통폐합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논란이 이는 것은 농어촌공사 경남본부가 작성한 ‘효율화 대상 지사 계량분석’ 자료다. 여기에는 본사가 ‘지방조직 효율화 방안’에서 제시한 경영평가지표 중 하나인 ‘지자체 농업SOC예산’ 항목이 사라지고 대신 ‘자체 농업SOC예산’ 항목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자체 농업SOC예산’은 해당 지사가 속한 지자체의 올해 농업기반시설 관련 예산 규모로서 사업 수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일종의 미래지표다. 반면 ‘자체 농업SOC예산’은 2017년 이후 남은 지사별 자체 농업기반시설 관련 예산이다. 어감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셈이다.

그에 따른 수치도 크게 달라진다. 농어촌공사가 파악한 사천시의 농업SOC예산은 25억6000만 원 정도다. 하동남해지사는 하동군과 남해군 예산을 합쳐 52억5400만 원이다. 창녕군이 23억 원, 함안군이 27억4800만 원이다. 사천과 비교 대상인 의령군은 16억6800만 원, 그리고 창원시는 가장 적은 2억6900만 원이다. 사천의 농업SOC예산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면 실제 평가에 반영한 ‘자체 농업SOC예산’을 보면 사천지사는 94억1400만 원으로 그 양이 가장 적을 뿐 아니라 경쟁 지사에 턱없이 모자란다. 의령지사가 327억3700만 원, 창원지사가 237억100만 원 등이다.

이는 경영평가점수에도 그대로 반영돼 사천지사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주요 원인이 됐다. 만약 ‘자체 농업SOC예산’이 아닌 ‘지자체 농업SOC예산’을 그대로 평가항목으로 삼았을 경우 사천지사 점수는 0.987로서 의령지사(0.923), 창원지사(0.973)보다 높은 점수를 받게 돼, 이번 통폐합 대상 지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경남본부 측은 “평가 기준을 잡는 것은 지역본부에 재량권이 있다. TF팀을 구성해 나름의 원칙을 세워 한 것이지 특별한 의도가 개입된 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가지표를 바꾸고 원칙을 세우는 과정에 내부적으로 공식화된 문서가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농어촌공사 본사에 확인한 결과 전국 나머지 9개 지역본부 가운데 ‘지자체 농업SOC예산’ 항목을 제외하고 평가한 사례는 경남본부가 유일했다.

앞서 경남본부는 “경영평가에 반영된 시설물현황 수치가 잘못됐다”던 김봉균 시의원의 지적에 대해 “지적이 맞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농어촌공사 지사 경영지표 조작?>

이와 관련해 경남본부 관계자는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 발생한 오류로 두 지사뿐 아니라 다른 지사 수치도 틀렸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고의는 절대 아니다”며 단순 실수임을 강조했다. 해당 평가 자료에는 지사별 시설물 보유현황이 언급됐는데, 사천이 133개, 의령이 274개, 창원이 164개로 표기됐다. 하지만 이는 잘못 표기된 것으로 실제로는 사천 164개, 의령 160개, 창원 138개다. 시설물 숫자가 많으면 높은 점수를, 적으면 낮은 점수를 받은 만큼 이는 사천지사에 대단히 불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반면 의령지사, 창원지사엔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농어촌공사 사천지사 통폐합 저지 사천시민대책위원회’는 더욱 격앙되는 분위기다. 강금용 위원장은 “결국 자료 조작이다. 의령지사, 창원지사 살리려고 사천지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오는 8일 경북 문경, 충북 진천 등 사천과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 대책위와 함께 농어촌공사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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