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가정형편으로 전학하게 된 소년, 등굣길에 모델을 꿈꾸는 또래 소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연락처를 물어보려 엉겁결에 댄 핑계가 자신의 밴드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달라는 요구였고, 그렇게 시작된 거짓말 때문에 졸지에 밴드를 만들게 됐다. 그러나 어설프게 시작한 밴드지만 소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이제 연인이 될 수 있을까.

대체로 흥행에 성공한 신인감독의 행보를 보면, 제작사와 투자자로부터 눈도장을 찍은 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영화라면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 의미에서 John Carney 감독은 안정적이면서도 현명하다.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랄까. 오직 음악으로 승부했던 <원스>에 이어 이별에 대한 아픔을 노래로 승화시키던 <비긴 어게인>까지 연타석 안타를 쳤으니 새로운 도전을 꿈꿀 법도 한데, 다시 한 번 음악영화로 돌아왔다.

사실 두 번까지는 그렇다 치고 세 번째에도 같은 장르라는 건 안정지향이라기보다는 모험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아무래도 잘해야 본전인 만큼 어지간해서는 칭찬받기는 글렀다 싶은데 웬걸? 지금까지 찍었던 세 편의 영화중에서 가장 사랑스럽다. 80년대 갑갑했던 아일랜드 청춘의 고민과, 성년의 문턱에 선 소년소녀의 풋사랑과, 80년대 풍의 신나는 음악이 어우러져 그 시절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재현해놓고 있다.

무엇보다 음악이 좋다. <원스>의 글렌 핸사드와 <비긴 어게인>의 그렉 알렉산더와 ‘마룬5’의 애덤 리바인 그리고 이번에는 아일랜드 인기 음악가 게리 클라크까지 참여한 노래를 마음껏 들을 수 있으니 귀가 호사를 누렸다. 사실 음악영화는 음악만 좋아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도 성공을 보장받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반대로 그만큼 욕먹기에도 쉽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최상품의 식재료로 인스턴트 라면만도 못한 요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보라. <싱 스트리트>는 음악만큼 영화적 만듦새도 훌륭하다.

뱀다리. 영화에서 굉장히 익숙한 멜로디가 잠시 들린다. 한국에서 <원스>와 <비긴 어게인>이 흥행한데 감사의 의미로 John Carney 감독이 준비했다고 하는데, 영화와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터라 원곡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괜히 반가웠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