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조직 효율화’ 이름 아래 하동남해로 통폐합 추진
농민단체 중심 반발 확산…기자회견, 집회 잇따를 듯
시 “지사 존치” 입장 전달…시의회 결의안 채택 예정
근거 자료 허술·기대효과 미미…믿음 안 가는 조직통합

 

▲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국농어촌공사 사천지사.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이상무)가 ‘지방조직 효율화’란 이름으로 사천지사와 하동남해지사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통합지사의 주사무소를 하동에 둔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반발 목소리가 높다. 이 사업의 추진 배경은 무엇이고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령, 울산 빠지고 사천만 남아

농어촌공사의 지방조직 효율화 사업은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고 해도 지나침은 없어 보인다. 소규모지사 통합 등 지방조직 및 인력운영 효율화를 통한 현장 사업인력 확충, 그리고 조직의 역량 강화를 꾀하겠다는 게 추진 배경이다.

이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규모에 관계없이 관리직과 공통인력이 지사마다 고정 운영됨으로써 실질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란 게 자체 진단이다. 특히 농어촌진흥공사,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를 통합한 이후 꾸준한 인력감축으로 현장 인력이 부족하단다. 2000년 6012명이던 직원이 2016년엔 5119명으로 줄어든 실정이다.

농어촌공사는 지방조직 효율화를 위해 지난해 구체적 방안을 검토했고, 지사의 현재와 미래지속가능성을 반영한 ‘경영지수’와 ‘효율화 기준’을 마련했다. 여기엔 과거 5개년 수치를 반영한 지사의 매출액, 영업손익, 가득수익 등 5개 추세지표와 사업별 계획 중심의 사업예정지구, 지자체 농업 SOC예산 등 6개 미래지표가 들어 있다. 이밖에도 수계, 고객접근거리, 선거구, 행정구역, 교육여건, 직원 생활권, 지역정서 등을 통합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에 전체 93개 지사 가운데 52개가 경영지수 평균 미만에 들었고, 경남의 경우 13개 지사 중 사천, 하동남해, 창원, 창녕, 함안, 의령, 울산 이상 7개 지사가 효율화 대상에 포함됐다. 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는 이 가운데 최하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로 사천, 울산, 의령 3개 지사를 효율화(통합)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후 검토과정에서 의령과 울산 두 지사가 차례로 빠지고 결국 사천지사만 통폐합 대상에 남아 4월 14일 공사 이사회를 통과했다.

그 결과로 사천지사는 오는 7월 1일부터 하동남해지사와 통합해 경남서부지사로 이름을 바꾼다. 하동남해지사가 경남서부지사의 지위를 이어받고, 사천지사는 경남서부지사 사천지부로 격하된다. 지사장은 하동에 근무하게 된다.

이와 관련, 농어촌공사 전략기획부 관계자는 “이름만 바뀌고 기존 지사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이를 통폐합으로 부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농민들 통폐합저지대책위 결성
 

▲ 지난 16일 사천시농업인회관에서 사천의 농민단체 관계자와 도·시의원들이 농어촌공사 사천지사 통폐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의 반응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사)한국농업경영인사천시연합회와 사천시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지난 16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사천시농업인회관에서 가진 이 간담회에는 박동식‧박정열 도의원과 김봉균‧최용석 시의원도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사천지사의 통합 대상 결정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농어촌공사를 비판했다. 지사의 통폐합으로 가장 민감하게 영향 받을 대상이 농민들임에도 그에 대한 배려 없이 공사 독단으로 결정했음을 꼬집었다. 또 사천지사가 통합 대상이 된 이유에 관해 납득하기 힘든 점, 설령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지사 주사무소를 하동에 두게 한 점을 두고는 공사 측 참석자인 경남지역본부 김영규 농지은행부장을 향해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김 부장은 “책임 있는 답변을 하기 어렵다”며 “본부에 돌아가 (사천의)여론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를 마친 농민단체들은 사천지사 통폐합에 조직적 반대운동을 펴기로 하고 ‘한국농어촌공사 사천지사 통폐합 저지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강금용 농업경영인사천시연합회장은 “기자회견 등 통폐합의 부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작업과 사천지사 통폐합 결정 철회를 위한 농어촌공사 압박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대책위는 사천지사와 경남지역본부는 물론 전남 나주에 있는 농어촌공사 본사 앞에까지 릴레이 항의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농어촌공사 사천지사 통폐합에 따른 반발은 농민들 선에 머물지 않고 확산 조짐이다. 사천시는 17일, 사천지사를 계속 존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농어촌공사 측에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사천지사가 통폐합 될 경우 사천시의 업무 협조가 곤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시의회도 규탄에 동참하고 나선다. 의회는 제198회 임시회가 시작되는 20일 ‘농어촌공사 사천지사의 하동남해지사 흡수 통합 반대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농어촌공사의 ‘지방조직 효율화’ 방침을 두고 농민들은 물론 사천시와 사천시의회까지 나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사천지사의 하동남해지사로 흡수 통합’, 또는 ‘사천지사의 사천지부 격하’라는 결과가 분명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이러한 반발에는 지역민들의 ‘상처 난 자존심’만 깔려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통합 근거의 모호함과 설득력 잃은 평가지표 등이 원인을 제공한다.

신뢰 못할 통합…반발 확산

농어촌공사 측은 사천지사가 지부가 되더라도 지사장만 없을 뿐 기존 직원은 그대로 있고 업무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하동남해지사의 경우 지사사무실이 있는 하동에 29명이 근무하는 반면 남해지소에는 5명만 근무하고 있을 뿐인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신뢰하기 힘들다는 게 농민들 반응이다. 더욱이 농지은행 업무와 기존 사업의 유지관리 업무는 지부에 남기고 개발사업 업무는 지사로 가져간다는 내용이 공사 내부 문건으로 확인되고 있어 설득력은 더 떨어진다.
 

농어촌공사 사천지사 안내판.

조직 통합에 따른 기대효과도 크지 않아 보인다. 공사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2개 지사 통합에 따른 예산절감 규모는 59억 원이다. 자산 5조 원에 2016년도 영업수익이 3조6000여 억 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의 구조조정 치고는 너무 보잘 것 없는 기대효과다. 반대로 이로 인한 분란만 커졌다. 현재 조직 통합에 따른 크고 작은 홍역이 전국에서 일고 있다.

통합대상 선정의 기초가 된 평가 자료도 신뢰하기 어렵다. 특히 여러 가지 경영지표를 점수화 한 자료를 보면, 사천지사의 경우 통합 대상 지사 가운데 경영적자가 가장 적어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함에도 되레 더 적은 점수를 받았다. 또 시설물 보유 현황을 보면 2016년 167개소임에도 133개소만 기록해, 상대적으로 더 낮은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한 세부 자료 공개 요청에 대해선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왜 하필 사천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천지사의 경우 지난 5년간 평균 영업적자가 8억9400만 원으로, 비슷한 규모의 의령지사가 15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점과 구별된다. 비록 시설물 보유 현황은 적지만 관리면적이나 가득수익 면에서 사천이 의령보다 앞선다는 점에서 이런 지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참고로 오영호 현 의령군수는 한때 농어촌공사의 전신인 농업기반공사의 의령지사장으로 근무했던 적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농어촌공사 사천지사 통폐합에 따른 지역사회의 반발은 당분간 더 확산될 전망이다. 지금처럼 통폐합이 확정될 경우 그 책임을 두고 지역 정치권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어 선출직 공무원들도 긴장하는 눈치다. 일각에선 “정보 접근이 쉬운 여상규 국회의원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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