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포스터. 출처: 마블

Marvel産 슈퍼히어로 종합선물세트인 <Captain America: Civil War>가 개봉했다.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가 끝도 없이 쏟아진다. 그동안 개별 쇼케이스를 통해 보여주던 걸로 모자라 아껴뒀던 캐릭터까지 왕창 내미는 비장의 한 수를 꺼냈다. 그 걸로도 부족했는지 소니픽쳐스에 팔려갔던 스파이더맨까지 돌아왔다. 기본적으로 슈퍼히어로는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는 존재인데, 6대 6으로 편을 가르더니 피터지게 싸운다. 과연 누가 이길까?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렇게 슈퍼히어로 간의 격돌을 만든 이유는 단 하나다. 보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코믹스의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어떤 이유로 싸움을 붙일까? 이것이 <Civil War>가 자랑하는 절묘한 한 수다. 먼저 슈퍼히어로가 사건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피해를 야기 시켰을 경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관한 의문을 던진다.

여기에서 통제되지 않은 힘은 위험하다며 슈퍼히어로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후 통제하자는 ‘초인등록법’의 당위성에 공감하는 슈퍼히어로들과, 국가안보를 빌미로 한 인권침해는 용인할 수 없으며 개인의 자주성과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슈퍼히어로들의 대립관계가 형성됐다. 단순한 코믹스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 코 다칠 만큼 주제가 그야말로 굉장하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딜레마 중의 딜레마가 아닌가.

민간인을 희생시킨 슈퍼히어로에 대해서 똑 같은 법률로 처벌을 한다면, 과연 그가 받아들일 것인가.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 슈퍼히어로의 자리에 부패한 권력자를 대입시키면 우리 사회의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꾸로도 마찬가지다. 밀양 송전탑 문제와 같이 국가정책과 안보를 이유로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은 신문의 정치사회면에서 숱하게 보아왔다. 정답이 있을까.

<시빌 워>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아니 내리는 척하다가 그냥 액션으로 마무리했다. 묵직한 주제의식은 반쯤 지나서 희석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리웠던 슈퍼히어로들의 시원한 액션활극 한 편을 즐겁게 봤기에 충분히 만족한다. 방긋~!

아, 엔딩크레딧이 오른다고 그냥 일어나지 말고 쿠키 영상이 두 개는 꼭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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