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 포스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의 덕목은 잘 짜인 구조다. 좋은 구조 속에서 스토리는 스스로 씨줄 날줄을 엮으며 정교한 그림을 직조해낸다. 그러다가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나오면 그땐 명작이 된다.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날, 보러와요>는 좀 심하게 허술하다. 반전으로 대충 얼버무렸다고 끝이 아니지 않은가.

여하튼 각 플롯들의 이음새는 좋다. 느슨하지 않도록 강약 조절에 능해서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 전반에 걸쳐 풀어놓은 여러 가지 장치와 반전까지 감안하고 생각해보면 미로처럼 꼬이기 시작한다. 개연성의 문제인데,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이건 좀 아니다. 떡밥을 던지는 이유는 물고기를 낚기 위해서이니 당연히 회수해야 하는데, 아무렇게나 내던진 떡밥이라는 건지 나 몰라라 방기한다. 마이너스 수십 점.

이러나저러나 영화의 구조적 부실함은 둘 째 치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메시지에는 시선이 저절로 꽂힌다. 멀쩡한 사람도 정신병동에 감금할 수 있다는 허술한 제도와 이를 악용한 검은 커넥션은, 사회면을 장식하는 여러 기사를 미루어 짐작했을 때 지금도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일 것 같다. 여기에 조작을 일삼는 언론까지 부록처럼 달려있었다면 그 현실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여하튼 <날, 보러와요>에서는 법 집행의 무성의함도, 정론직필 해야 할 언론의 왜곡도 이야기하지 않으나 문득 생각나는 것 한 가지. 세계 각국의 법원 앞에는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저울을 든 법의 여신 Dike가 눈을 가리고 서있다. 눈에 보이는 대로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잣대를 통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원 앞에 서있는 디케는 눈을 버젓이 뜨고 있으니, 눈에 보이는 대로 차별하겠다는 의미냐며 욕을 먹는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차선책으로 언론을 찾지만, 진실을 말할 거라고 믿었던 언론은 시청률 또는 판매부수를 이유로 조작을 하거나 왜곡을 일삼는다. 때로는 여론 호도의 나팔수가 되기도 한다. 국가청렴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바닥을 기고 있고 정의실현에 나서야 할 조직은 오염돼 있으니, 그늘진 곳이 저절로 개선되리라는 기대는 아직까지 무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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