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 포스터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족족 천만관객을 찍어서 천만요정이 된 배우 오달수 선생, 드디어 주연배우로 등극하셨네. 과연 주역으로서의 책임감과 무게를 이겨낼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정점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을 것이다. 타인의 환호성과 박수로 먹고 사는 배우라면 불문가지다. 다만 외모가 받쳐주지 않는 개성파 조역에게 주역이란 자리는 마치 넘볼 수 없는 성역과 같다. 신성불가침이다. 성공한 예가 없으니까. 그래서 만년 조연인 오달수의 주연작은 그를 지켜보던 수많은 조연들에게 희망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이전에도 이런 시도는 있었다. 오달수만큼 개성파 조역이던 이문식이 단독주연으로 나서고 깁갑수, 김수로, 김뢰하, 변희봉, 김수미 등 최고의 조연들이 뭉쳤던 <형사 공필두>라는 희대의 망작(亡作)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시원하게 말아먹은 후 주연배우 이문식에게 온갖 손가락질이 몰려들었다. 더불어 조역이 주역의 자리에 오를 기회가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대배우>는 비슷한 조건에서 정말 어렵게 다시 찾아온 기회인데, 마찬가지로 윤제문과 이경영이라는 타선을 업고 오달수가 등판했으니 최소한 안타는 쳐줘야 한다. 과연 제 역할을 해냈을까.

오달수라는 캐릭터는 비현실적으로 큰 두상(頭狀) 덕분에 존재 자체로 코미디인 남자다. 대학로 연극판에서 20년 째 우유마차를 끄는 파트라슈 연기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대배우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은 남자의 역할을 한다. 함께 연극을 하던 설강식(=설경구+송강호+최민식)이 성공한 걸 보면 자신도 가능할 성 싶은 거다.

이런 기본설정만 보면 대책 없이 웃길 것 같은데,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찮다. 실컷 웃어보겠다고 풀어놨던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게 만든다. 관객의 기대 포인트가 잘못된 건가, 아니면 제작 스태프의 판단미스일까. 능력과 실력은 없고 성공에 대한 갈망과 간절함만 가득한 무능력한 배우가 억지 쓰는 통에 울화가 치밀더니, 억지성 간절함이 가족애로 둔갑하는 묘기도 부리더라. 그래도 마무리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했으니, 최소한 망작은 아니지 싶다. 기대하지 않고 간다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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