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 포스터.

“슈퍼맨, 용감한 힘의 왕자~ 배트맨 로빈, 정의의 용사~ 원더우먼, 하늘을 나른다~ 아쿠아맨, 수중의 왕자~” 애니메이션 <슈퍼특공대>의 주제가였던 이 노래를 기억한다면 그야말로 연식 인증이다. 뭐 어쨌든 즐거웠던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기분을 만끽할 기회가 왔으니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자, 우리의 슈퍼맨과 배트맨은 세계 평화를 위해 어떤 활약을 할까? 하지만, 잔뜩 부푼 기대에 그만 스크래치가 생겼다. 아마도 Marvel코믹스 <Avengers Series>의 흥행을 지켜본 DC코믹스의 마음이 급해졌나보다.

슈퍼히어로는 누가 뭐라고 해도 DC코믹스가 최고다. 슈퍼맨을 시작으로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맨, 아톰 등등 화려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로 넘쳐난다. 이런 캐릭터들이 모인 Justice League까지 있으니 속된 말로 눈 돌아간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함량이 조금 미달되는 기분인 Marvel의 슈퍼히어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는 잘 버무려서 최고의 음식만 만들면 되는데 무슨 이런 괴식(怪食)이 나온단 말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맨은 행성 하나 폭파시키는 건 식후 간식거리도 되지 않을 우주 최강에 심지어 시간까지 거스를 수 있는 능력자이다. 따라서 밸런스를 적절하게 조절하려면 배트맨 또한 우주 최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초인의 반열이어야 한다. 하지만 트라우마와 분노에 사로잡힌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배트맨이 불쑥 튀어 나왔다. 기존에 개봉했던 영화의 설정을 가져와서 얼기설기 대충 엮으려다 보니 이런 참사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초점도 잘못 잡았다. <슈퍼맨 리턴즈>와 <배트맨 리턴즈>도 나온 마당에 당연히 악당의 탄생에 주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따라서 렉스 루터와 최강의 빌런인 둠스데이의 이력에 관심을 집중시켜야 했으나 그마저도 희미하다.

사실 Marvel의 영업 전략을 칭찬하는 게 옳을 지도 모르겠다. 캡틴 아메리카부터 아이언맨까지 여러 히어로를 개별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단물을 빨아먹고, 이들을 한데 모아서 Avengers를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뭐 어찌되었건 간에 Justice League가 시작되었다. 원더우먼의 매력적인 등장이 반갑고, 아쿠아맨과 플래시맨도 조만간 나올 것 같으니 차기작이나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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