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 포스터.

영화가 흥행한다 하면 천만을 외친다.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는 대략 5천만 명이 조금 넘는데, 당연한 건지 어이없는 건지 5명 중에 한 명이 영화를 보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여기에 최근에도 천만을 목표로 달려가는 영화가 있으니 <검사외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설왕설래 말이 참 많다. <내부자들>에 비해 이야기가 느슨하고 <베테랑>에 비해 속도감이 떨어지며 <국제시장>에 비해 감동이 없다 등등에, 아카데미상 시상식 시즌이라서 좋은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 개봉관을 독점해서 왜 관객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다.

시장원칙에 따르겠다는 극장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선택받지 못할 영화를 걸어서 빈자리를 만들 바에, 걸기만 하면 자리가 차는 영화가 얼마나 예뻐 보이겠는가. 뭐 어쨌든 그만큼 인기가 많은 영화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구조적 문제를 제외한다면 <검사외전>은 사실 작품성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연기파 배우 황정민이 나오고 존재만으로 티켓파워를 과시하는 강동원이 출연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웃자고 만들었으니 굳이 엄숙한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없다.

수시로 웃음이 터질 만큼 꽤나 즐겁다. 이야기가 살짝 늘어질 것 같으면 비주얼 담당 강동원이 등장해서 웃음을 유발하고, 지나치게 가벼워진다 싶을 때는 황정민·이성민이 등장해서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을 즐겁게 하는 건 강동원의 춤추는 장면.
 
개인적으로 춤추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 영화는 꽤 많다. 장국영이 맘보를 추던 <아비정전>이나 눈이 먼 알 파치노가 탱고를 추던 <여인의 향기>도 좋았고, 세 명의 남녀가 카페에서 춤을 추던 <국외자들>은 최고의 명장면이다. 이처럼 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잊지 못할 춤 ‘한 방’이 그 영화를 두고두고 기억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검사외전>도 기억에 남는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처럼 잘 추는 춤도 의미 있는 장면도 아닌데, 영화를 보고 나면 강동원 춤의 잔상은 쉽게 잊히질 않는다. 선거캠프에서 마구잡이로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이 왜 이렇게나 좋을까. 실제로 ‘강동원 춤 한 번에 천만’이란 웃지 못 할 기사 제목까지 등장하더라. 그만큼 이 영화는 강동원에 기대는 바가 큰데, 인터넷 댓글에 나오는 말처럼 ‘공공재’로 등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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