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기관(사천시)은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경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지난 1년간 사천시의회가 외쳐왔던 말이다. 하지만 내년도 사천시 당초 예산 통과 과정에서 해프닝으로 시의회 스스로 자신의 위상과 권위를 실추시키는 상황을 만들었다.
 
지난 21일 2016년도 사천시 당초 예산안(5342억 원)이 상임위에서 120억 원, 예결위에서 70억 원 삭감됐다가 본회의에서 단 한 푼도 깎이지 않고 통과(삭감액 0원)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얻어진 결론이라면 시민들도 납득을 할 수 있겠지만, 21일 본회의장에서 삭감액을 ‘0원’으로 되돌리는 수정예산안에 대해 찬반 토론이 없었다. 2개의 수정예산안이 올라왔고, 수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가 두 예산안 모두 폐기됐다.

‘그냥 다 같이 서명한 것으로 해서 예산을 통과시켜주자’는 의견이 나왔고, 9명이 서명한 수정예산안이 상정됐다. 이 과정에 2명의 의원만 “이런 식의 예산 통과는 의원들이 기본을 망각한 것”이라며 수정안 발의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날 해프닝으로 상임위에서 지적돼 삭감된 일부 문제 예산 역시 되살아났다. 이번 일로 그동안 관례로 지켜오던 상임위 존중의 원칙도 무너졌다. 상임위나 예결위에서 심사 내용이 본회의에서 쉽게 무시될 수 있는 나쁜 사례를 남겼다. 특히 야권과 일부 새누리당 의원이 “몇몇 의원의 개인감정 섞인 예산 삭감이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고 주장하면서, 예산심사의 공정성과 신뢰성 역시 금이 갔다.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어려운 지역 경제여건을 감안하고, 시장에게 협조하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 120억 원을 삭감했던 것에서 입장이 바뀐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궁색한 답변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지역구 민원성 예산이 삭감이 될 경우 주민들의 시의회 집단항의나 집회가 이어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시의회는 사천시의 정책과 씀씀이 전반을 감시하고 견제할 의무가 있다. 의원 스스로 위상을 계속 추락시킨다면 시민들이 부여한 소임을 완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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