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강연] 성공회대 하종강 노동아카데미 학장

▲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학장

“드라마 <송곳> 덕분에 강의가 쉬워졌습니다”

우리나라 노동현실을 담아낸 드라마 <송곳>의 주인공, 구고신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학장이 28일 저녁 사천을 찾았다.

사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의 초청으로 열린 강연에서 하 학장은 ‘한국사회 노동문제 바로 이해하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하 학장은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30년 가까이 노동운동을 해 왔다.

하 학장은 “드라마 <송곳>이 나온 이후 강의가 쉬어졌다. 초등학생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는 강의”라며 우리나라 노동자의 현실과 비정규직 실태, 해외 노동인권교육 사례 등을 이야기했다.

▲ 우리나라 비정규직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하종강 교수

“학교에서 노동자 인권 교육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는 ‘근로자’와 ‘노동자’의 사전적 의미를 예로 들며 “국어사전에는 ‘노동자’의 해석에 전혀 편견이 없는데도 우리나라는 노동자라는 말을 쓰는 것을 금기시하고 혐오하는 수준”이라며 “전 세계 모든 나라가 5월 1일을 노동절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만 근로자의 날로 부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위나 학력이 높다고 해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잘못된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하 학장은 우리나라 노동현실의 문제점으로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국내 한 자동차회사 공장에 실습을 나간 고3 학생이 과도한 시간을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사건을 예로 들며 “학교에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쓰러진 학생은 노동자로 신분이 바뀌고 나서 자신을 지킬 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독일은 초등학교 때부터 노동자의 인권과 노조에 대해 교육하고 프랑스는 고등학교에서 단체교섭과 단체교섭의 전략‧전술도 가르친다”고 소개했다.

▲ 드라마<송곳>의 주인공 구고신의 실제 모델인 하종강 교수

“세월호 사건, 비정규직 양산에 따른 인재(人災)다”

하 학장은 “우리나라만큼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은 나라는 없다”며 세월호 사건도 비정규직 양산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 승무원 29명 중 15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선장은 1년짜리 계약직이고 직접 배를 조종하는 조타수도 6개월짜리 계약직이었다. 자기 직장에 애정을 가질 수 없는 고용구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건은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비정상적인 경영이 불러온 인재”라고 강조했다.

▲ 사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교육실에 열린 하종강 교수 강연회

하 학장은 “일을 하는,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다. 그래서 노동자의 권리는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며 “우리사회의 무수한 비난 속에서도 다양한 노동조합들이 탄생했고 스스로를 지켜냈다. 노동자로 불리기를 꺼려했던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했고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들은 한 참석자는 “외국에는 소방관과 경찰관, 군인까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평소에 노동자라는 단어와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강연을 듣고 학생들에게 노동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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