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대패질하는 사람 (Les raboteurs de parquet 1875)’

▲ ‘바닥 대패질하는 사람 (Les raboteurs de parquet 1875)’

화가와 부자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 1848-1894)는 그런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주인공이다. 변호사이자 동시에 기술자였던 카유보트는 보불 전쟁에 참전한 후 ‘레옹 보나’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그림을 배우다가 ‘에콜 드 보자르’에 입학한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이곳을 나와 여러 화가들과 교류하였는데 Edgar Degas(에드가 드가)와 이탈리아 출신의 Giuseppe de Nittis(주세페 데 니티스)였다.

부유한 카유보트는 파리 중심가에 아틀리에를 마련하고 여러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사실주의에 입각한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상주의의 빛과 사실주의의 정확함이 같이 존재하는 그의 화풍이 그대로 표현된 작품이 바로 1875년에 그린 이 그림 ‘바닥 대패질하는 사람 (Les raboteurs de parquet)’이다. 이 그림은 지나친 사실성 때문에 오히려 살롱 전시회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맞이하고 만다.

바닥에 엎드린 세 명의 남자가 대패질을 하고 있다. 나무 바닥이 오래되어 비틀리거나 오염된 부분을 깎아내고 새롭게 칠을 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카유보트는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인상주의적 화풍도 이 그림 속에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빛에 대한 카유보트의 독특한 해석이다. 창으로 들어온 빛이 마치 전등을 켠 것처럼 방 전체를 환하게 비추고 그 빛은 바닥에 반사되어 벽체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 남자의 벗은 상체에 반사된 빛과 그들의 그림자가 절묘하게 어울려 상당한 현장감을 자아낸다.

약간은 과장되고 독특한 원근법과 치밀하고 완벽한 구성으로 파리 시내 풍경을 그렸던 카유보트는 여러 면에서 완벽했다. 파리 중심부 Petit-Gennevilliers(프티-젠느빌리에)에 아틀리에를 마련하고 여러 화가들을 초청하고 그들에게 많은 경제적 도움을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46세의 이른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화가로써 명성을 얻기 시작했을 때부터 가난한 화가들의 그림을 사 두었던 그는, 유언으로 이 작품 전체를 국가에 기증하게 된다. 하지만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반대로 일부 작품은 거부되었는데 192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프랑스 정부는 기증한 모든 그림을 수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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