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 종포산단 현장방문때 도의원-송 시장 충돌
“일개 도의원이 시장에게” “송시장과 우리는 색깔이…”
“도의원 무시발언” VS “무소속 단체장 길들이기” 논란

경남도의회 내년도 예산심사 과정에서 사천시 배정 예산이 무더기 삭감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항공MRO 대정부 결의안이 부결됐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1월 30일 경남도의회 본회의에 MRO 사천 유치 건의안이 상정되자, 천영기(새누리당·통영2) 의원이 심의 보류를 요청했다. 천영기 의원은 “항공MRO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자치단체장(사천시장)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의지가 얼마나 있는 지 의심이 간다”며 “결의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사천에 항공MRO 준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 기회는 (결의안을) 보류해 달라”고 주장했다.

결의안을 발의했던 박정열(새누리당‧사천1) 의원은 “항공MRO는 사천시만의 일이 아니다. 경남과 인천, 충청이 대결하는 것이다. 전자에 어떤 일이 있었던 간에 그 일은 그 일이고 유치전에서 지면 우리 의회가 자충수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MRO 결의안은 찬성 12명, 반대 0명, 기권 27명으로 부결됐다.

▲ 지난 11월 4일 송도근 시장이 도의원들에게 종포일반산단 현황을 브리핑하는 모습.

11월 30일 본회의서 언급된 ‘전자의 일’은 지난 11월 4일 사천에서 벌어졌다. 당시 도의회 건설소방위는 행정사무감사의 일환으로 사천시 종포일반산단 조성 현장을 방문했다. 이날 부시장과 실무 과장들이 해외출장인 관계로, 송도근 시장이 직접 항공산업 관련 현황 등을 브리핑했다. 당시 항공MRO예산 도비 지원 관계로 실랑이가 이어지면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천시 공무원은 “먼저 모 도의원이 ‘송 시장과 우리는 색깔이 틀리다’고 발언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며 “송 시장이 이유 없이 격한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시에 따르면, 송 시장이 한 도의원의 색깔 발언에 대해, “여러분은 노란색 옷을 입고 왔고, 저는 검정색 옷을 입고 있네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한 도의원이 “우리는 빨간 색이란 말이요”라고 거듭 말했다.

색깔 발언 이후 MRO문제로 대화를 주고받던 중 한 도의원이 “도지사가 사업을 한다고 해도, 심의는 도의회가 한다. 도비를 지원 안하면 시비로 할 것이냐”고 묻자, 송 시장이 “도비를 주지 않을 것이면 그것을 왜 묻냐”고 응수했다. 해당 도의원이 “왜 물을 자격 없나. 내가 도의원인데”라고 하자, 송 시장은 “일개 도의원이 시장에게 할 말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건설소방위 소속 도의원들은 현장을 박차고 나갔다. 화가 난 의원들은 동행했던 경남도청 국장에게 “사천시 배정 전체 예산 내역을 뽑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이후 일부 도의원들은 송 시장의 발언이 “도의회 무시이자 모욕 발언”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언론에 흘렸다. 반면,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천지역 일부 인사들은 “무소속 시장 길들이기 아니냐”며 “감정적으로 사천시 배정 예산들을 삭감한다면, 사천시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사건으로 촉발된 갈등은 봉합되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도의회에서 본격적인 예산삭감을 예고하자, 지난 3일 송도근 시장과 간부공무원들이 경남도를 방문해 홍준표 도지사, 김윤근 도의회 의장, 각 상임위 위원장 등을 만났으나 사태를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충돌을 빚었던 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에서는 4일 사남면 지방도 확장·포장 공사 2억5000만 원, 곤양 목단천 하도준설사업 2억2400만원, 사천지역 2개 지구 소하천 정비사업 6억5000만 원, 죽림삼거리∼남양동 주민센터 도시계획도로 개설 3억 원, 농공단지 조성 및 재정비 지원 1억5000만 원, 산업단지 공업용 수도건설 2억300만원 등 17억7700만 원을 삭감했다. 삭감 사유는 ‘사업추진 의지 부족’을 들었다. 경제환경위는 경남항공우주엑스포 개최 지원비 2억 원을 ‘불요불급’하다는 이유로 삭감했다. 건설소방위의 경우 전체 도청 소관 예산 삭감액이 68억 원 정도인데, 사천시 예산이 17억7700만 원으로 상당 부문을 차지한다. 내년도 경상남도 예산안은 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를 거쳐, 1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 11월 도의회와 사천시장간 감정 섞인 발언 공방이 결국 도비 예산 삭감까지 이어진 현실에 많은 시민들이 씁쓸해 하고 있다. 사천시는 물밑접촉을 통해 내년 1회 추가경정예산에서 일부 예산이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12월 10일: 기사보강>

9일 경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 결과 사천시 배정 예산 삭감 규모는 19억7700만 원에서 11억6000만 원으로 삭감 규모는 일부 줄었다. 하지만 상임위에서 삭감되지 않았던 일부 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곤양 목단천 하도준설사업 2억2400만 원, 사천 소하천 정비사업 6억5000만 원, 향촌 삽재농공단지 조성 및 재정비 지원 1억5000만 원, 종포산업단지 공업용 수도건설 2억300만 원은 예결위에서 복원됐다.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삭감되지 않았던 저도 마도중촌 어촌정주항시설 확충 2억1000만 원, 봉남천 일반하천 정비 2억 원은 예결위에서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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