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P조선 근로자들이 벼랑 끝에 섰다. 지난 10월말 160명의 동료를 명예퇴직으로 떠나보낸 데 이어 지금 추세로는 남은 이들도 내년 상황을 장담 못할 분위기다. 무엇보다 채권단이 신규 일감 수주를 차단하고 있다. 이럴 경우 내년 3월부터 SPP조선 사천공장에선 공정별로 단계적 철수가 이뤄져야 한다.

늦게나마 근로자들이 근로자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SPP조선 채권금융기관들이 신규 수주를 반대하는 이유가 제각각이거나 애매모호하다. 실제로 개별 채권기관에 신규 수주 부동의 사유를 물은 결과 서로 남 탓을 하고 있다. 주 채권기관인 우리은행은 나머지 세 채권기관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는 우리은행이 당초 협의된 내용을 어긴 채 안건을 올려 검토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단지 소통의 부재에서 왔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일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다. 그야말로 프로선수들이 뛰는 무대에서 이런 불통과 실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SPP조선 근로자들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채권단들이 이미 SPP의 미래를 ‘정리형 청산’ 대상으로 못 박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마침 이 같은 예상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어느 채권기관의 자료가 공개된 상황이어서 이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근로자들이 가장 억울해 하는 점은 어렵게, 어렵게 회사를 흑자경영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반면 SPP와 유사하게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조선업체에는 경영자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신규 수주도 허용하고 있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여긴다. 몸집이 큰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SPP가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 흑자 기반을 갖추기 위해 각고로 노력한 근로자들을 생각하라. 또 그들의 가족들을 생각하라. 채권단은 이제라도 SPP의 선박 신규 수주를 허용해야 한다. 설령 SPP가 조만간 매각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