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R&D센터 논란으로 빚어진 사천시와 KAI 갈등이 길어진 가운데, KAI와 진주시가 끝내 우주산업 유치를 위한 상호협력을 다짐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를 자부하는 사천시로선 큰 상처가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은 상호 연관성이 매우 깊음에도 그 일부를 놓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고, 둘은 이 과정에 사업의 주체라 할 KAI와 적지 않은 앙금을 남기게 됐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크다. 그 중엔 정치력의 부재에서 오는 허탈감도 무시할 수 없다. 정치를 두고 ‘가까이 할 것이 못 된다’거나 ‘꼴 보기 싫다’거나 하며 일방적 혐오감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우리 생활 속에 알게 모르게 녹아 있는 수많은 정치적 산물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KAI가 항공우주산업 중 우주산업만 떼어서 진주로 가져가겠노라 나서는 것을 두고 당황스러워하거나 실망스러워하는 사천시민이 많았다. 원망도 컸다. 나아가 정치력 부재에 대한 원망도 적지 않았음을 사천의 정치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 감정 실린 발언으로 상대를 자극하는가 하면, 강경대응 일색으로 대화의 물꼬 트기에 소홀했다. 외부로부터 도전이 있으면 일단 내부는 일치단결해야 함에도 일부 정치인들은 이해타산을 따지며 서로 다른 주장도 폈다.

정치력 부재, 전략의 부재 속에 사천의 대표기업 KAI가 진주시와 우주산업 유치 MOU 체결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뒤늦게 보여준 정치활동은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기보다 상황 모면을 위한 정치적 수사인 듯해 씁쓸했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인근 진주시의 유치 노력 또한 초보 단계다. 그렇다면 사천시는 어찌 할 것인가. 무엇에 협력하고 어떤 걸 취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치지도자들의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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