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부지 무상제공, 건축비 50% 지원해야
‘MOU’너무 빨리 나와 혼란·갈등 증폭

하지만 이들의 화해 노력을 상당히 무안하게 만드는 일이 지난 17일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갈등의 발단이 됐던 ‘우주탐사 R&D센터 설치’와 관련해 “예산확보, 지역 유치 등 관련 사항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가 공식입장을 표명하는 <정책브리핑> 사이트의 ‘사실은 이렇습니다’란 코너에 미래부 거대공공연구정책과 이름으로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관련 소식을 접한 양측 관계자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까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렇다면 사천시와 KAI는 뭘 놓고 우격다짐을 했단 말인가? 사천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처음부터 아는 것이 별로 없었으니 내놓을 답도 마땅찮을 일이다. 그럼 KAI는? KAI는 이 문제로 진주시, 경상대 등과 MOU를 맺겠다고 한 만큼 어느 정도 내용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일 사천시에 참조하라며 보낸 문서를 보면 우주탐사센터 밑그림이 드러나 있다.
기초연구와 전문인력 배양, 창업 지원 등 “진주지역 원스톱 솔루션 제공을 위한 지원센터”라며 사업 추진배경을 밝혔고, 달탐사, 샘플귀환, 화성탐사 등의 기술개발을 주요 기능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후엔 말을 아끼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정황상 KAI 역시 관련 정보를 안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남은 곳은 MOU 체결을 주도 김재경 의원실이다. 그런데 김 의원 역시 이번 일로 난처한 상황이다.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은 데다 미래부에서 사실무근이란 입장이 나오자 비슷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앞선 18일 서경방송과 인터뷰에서 “시급한 것이 아니니까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며 우주탐사센터와 관련한 일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결국 김 의원이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는 어떤 그림을 그리려 했던 것일까?
최근 각 지자체들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지역조직 설치에 관심이 많다. 첨단 지식과 기술을 이전해 지역발전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정책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을 얻는 것이 직접적 효과라면 기업역량 강화와 국가사업 추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은 간접적 효과다.
지난 8월엔 충북도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충북지역본부’ 설립을 염두에 두고 충주시를 포함한 관계기관 간 MOU를 맺었고, 경북도도 원자력, 철강·금속 분야 지역조직 설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올해 7월에 개정된 NST의 ‘소관연구기관 본원 외 조직 설치·운영지침’에 따르면 지역조직 설립이 까다로워졌다. 연구기관이 지역조직을 설치하려면 해당 지자체와 최소 30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해야 하고, 이후 설치운영계획을 전년(정부 예산 미반영) 또는 전전년 9월까지 NST에 제출해야 한다.
이 계획에는 지자체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건축비의 50%를 부담하며, 연구개발·운영비도 50%이상 부담한다는 내용이 담긴 MOU 체결 서류도 포함돼야 한다.
종합하면, 김재경 의원과 진주시는 항우연의 지역 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관련 기업인 KAI를 끌어들여 MOU를 체결할 계획이었다. 일의 절차상 MOU는 시범사업이 끝나는 2년 뒤쯤 맺어도 되는 것이지만 이를 앞당기려다 말썽이 일었다.
이번 홍역을 계기로 사천시도 정부 출연기관의 지역 유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권, 경남도, 관련 기업 등과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