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도민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지난 5일 제1회 경남도지사배 공무원골프대회를 개최했다. 김윤근 도의회 의장은 물론 18개 기초단체장 중 상당수를 대동한 채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주관한 공무원골프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개회식에서 "공무원 사기가 떨어지면 나라가 융성할 수 없다"며 골프채를 휘두르기 직전까지 당당함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건 무슨 황당함인가. 개회식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 장면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취재를 불허한 것이다. 야권으로부터 "당당하게 외친 이면에 전혀 당당하지 못한 경남도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비판을 듣기에 충분했다.

대회가 끝난 뒤인 7일,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남겼다. 이번엔 또 당당한 모습이었다. 대회를 성대히 잘 치렀으니 앞으로 경남의 공무원들은 이름 속이지 말고 당당하게 골프장 출입하란 당부를 남겼다. 이번 기회에 등산, 축구, 족구, 테니스는 되고 골프는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이를 두고 ‘골프도 취향이고, 공무원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는 옹호론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정작 공무원들이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겠다’는 반응들이니 이를 어찌할꼬. 2만3000여 경남공무원 가운데 이번 골프대회에 참가한 이는 144명이다. 그 144명 중에서도 이름이나 얼굴이 공개될까 마음 썩인 이도 한둘이 아닌 모양이다. 참 여럿 피곤하게 한다.

18홀 기준 대중(퍼블릭) 골프장만 해도 한 번 이용에 10여만 원이 들고, 장비 구입과 차량이용 등 추가비용을 포함하면 20만 원이 넘어서는 스포츠를 등산, 축구, 족구에 비유하며 공무원에게 당당할 것을 주문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분명 그가 착각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다. 평균 연봉이 5600만 원에 이른다 할지라도 내 돈 주고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길 공무원이 그리 많지 않음을. 설령 그런 공무원이 있다고 해도 굳이 그들을 위해 골프대회를 열어주지 않아도 그들의 사기가 크게 꺾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대로 이를 지켜보는 많은 도민들이 분노에 밥맛을 잃고 힘이 빠진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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