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곤 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 소장

통계청은 요 몇 해 정부 평가에서 최우수 청렴기관으로 계속 뽑혀왔다. 서비스만 제공하고 이권이라고는 없는 기관이니 당연한 듯도 하지만 그래도 자세를 가다듬고자 어느 날 직원들과 청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렴을 영어로 쓰는 것부터 따져봤다. cleanliness(청결)? integrity(청렴)? 그것보단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고위직의 의무)라는 말이 좋다. 청렴보다는 의미가 넓긴 하지만 청렴은 무엇보다 공적인 개념이고, 리더십의 문제며(윗물이 맑아야!), 도덕보다는 의무와 가깝다는 것을 알려준다.

과거 청렴했던 공직자들도 살펴보았다. 조선 명종·선조 때 김아무개라는 고관은 직책을 깨끗이 수행했으나 종일 시만 읊는 등 직무에 소홀하여 비판 받았다고 한다. 영조 때 정승 정홍순은 노랭이로 소문났지만 동강난 한 닢짜리 엽전을 두 닢을 주고 고치면서 말했다. “나는 한 푼을 잃었어도 나라에는 한 푼의 이익이 되니 어찌 이익이 아니겠는가!”

공직자는 청렴 이상의 것, 즉 올바른 공직관과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는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무소 직원들도 깨끗하게 산다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공직자로서 더 일을 잘해야 한다는 데까지 이야기가 나아갔다.

그렇지만 현실은 쉽지가 않다. 복잡한 조사지침서를 꿰뚫고 사람 마음을 파고드는 기술을 익혔더라도 그건 기본일 뿐이다. 다들 바쁘게 살고 계시니 응답하는 분들을 만나기부터가 어렵다. 통계청을 잘 모르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힘들게 면담이 이뤄지더라도 조사 설문내용이 까다롭거나 답변에 개별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응답을 주저하시기도 한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중앙통계기관으로서 고용·물가·산업·농어업 통계와 인구주택총조사 등 국가기본통계를 만든다. 또한 다른 기관의 국가통계 작성 기준을 제시하고 품질을 관리한다.

통계는 ‘미래의 나침반’이자 ‘현재의 얼굴’이다. 국가통계가 부실하다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진로를 설계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니 공공재로서 통계의 역할은 크다. ‘정확한 통계는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우리 조사관들은 갈고닦은 친절을 바탕으로 응답자 비밀 보호(물론 통계법과 업무시스템이 보장)를 가슴에 새긴 채 ‘통계의 날’인 오늘(9월 1일)도 자료 수집을 위한 설득 길에 나서고 있다. 현장조사관들이 국가통계 최일선에서 겪는 여러 애환이 더 큰 보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즉 우리가 청렴하면서도 능력 있는 공직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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