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영상편지 촬영부터 눈물이..

“아, 모양이 뭐 이래! 예쁘지가 안잖아!”
“얘들아, 이렇게 우왕좌왕 해서 어떡할래?”
“센터장님, 도장이 잘 안 찍혀요! 다른 거 없어요?”

※ ‘1318 아시아를 품다’는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외교부의 지원으로 진행하는 공공외교 프로젝트이며, <뉴스사천>은 그 진행과정을 동행취재 해 6회에 걸쳐 싣는다.

7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후 한보2차아파트 상가동 지하. 평소 같으면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어교실 열기로 뜨거워야할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 강당이지만 이날은 뭔가 느낌이 다르다. 이정기 센터장의 지도 아래 이주노동자들과 청소년들이 한데 어우러져 무언가 열심이다. 보아하니 서로 대화가 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웃고 떠들며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다.

이들은 외교부 공모사업 ‘국민 모두가 공공외교관’ 프로젝트 일환인 ‘1318 아시아를 품다’에 참여한 청소년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에서 한국에 취업 나온 노동자들이었다. 청소년들은 이 이주노동자들의 영상편지를 만들어 그들 가족을 찾아가 전달하고, 또 그 가족들의 영상편지를 카메라에 담아 돌아오는 임무를 맡았다.

이들이 영상편지 제작에 앞서 함께 어우러진 것은 인도네시아 방문 일정 중 하나인 ‘문화박람회’를 위한 사전 연습 차원이다. 청소년들은 껀달시 한 고교를 방문해 우리 문화를 알리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게 바로 외교부가 ‘외쳐라코리아’(=‘1318 아시아를 품다’ 프로젝트 팀명)에 기대하는 공공외교! 외국 국민들과 직접적인 소통으로 공감대를 넓히고 신뢰를 쌓는 일, 이것이 외교활동이 아니고 또 무엇일까.

8월 10일부터 13일간 아시아를 품으러 떠나는 ‘외쳐라코리아’ 팀원은 모두 10명이다. 고3인 원호부터 중1인 시은이까지, 나이도 다르고 학교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다. 하지만 몇 주째 프리스쿨을 진행하며 낯을 익힌 터라 덜 어색해 보인다. 이들은 그동안 공공외교의 의미와 다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출국을 2주 남긴 이날은 인도네시아 청소년들과 함께 꾸밀 문화박람회 세부 프로그램을 최종 점검하는 중이었다.

이주노동자 형‧오빠들과 지우개도장을 새기고 그림자놀이에 색면분할그림까지 마쳤는데,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걸까? 솔비와 가은의 표정이 어둡다. 이를 지켜보던 이정기 센터장이 귀띔한다.
“문화박람회에 참여할 인도네시아 학생이 200명이에요. 걱정이 안 되면 오히려 이상하죠!”

▲ 7월 26일 공공외교관 프로젝트 1318 아시아를 품다 참가자들이 인도네시아 한 고교에서 진행할 문화박람회 리허설을 하는 모습.
문화박람회 리허설이 끝나자 동영상 촬영이 이어졌다. ‘외쳐라코리아’ 팀이 13일의 긴 일정으로 2개국 구석구석을 방문하는 핵심 이유가 바로 영상편지에 있다. ‘요즘처럼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굳이 영상편지를 들고 직접 찾아가는 수고로움이 필요할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칠 즈음 이정기 센터장이 마음을 읽었는지 먼저 말했다.

“우리는 통신이 발달해 수시로 영상통화가 가능하지만 그런 상황이 안 되는 나라와 지역도 많습니다. 설령 여건이 된다고 해도 우리가 찾아가면 얼마나 반가워라 하는데요. 무엇보다 이 편지를 들고 그 먼 데를 우리가 찾아 가잖습니까? 말로 설명 안 되는 감동이 있는 거죠. 교감도 생기고요.”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영상편지를 들고 이주노동자들의 고향집을 찾아 나선 건 올해로 10년째다. 그리고 이번엔 인도네시아 4곳, 캄보디아 6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촬영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부디산또소(인니), 준마카라(캄), 수완다(인니), 잔느렛(캄), ... 그러다 일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까미디 얀또(35) 씨가 녹화 중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거린 탓이다. 그의 편지를 전달할 배달부이자 파트너인 민지가 금방 눈시울을 붉혔다. 민지를 달래던 양혜, 가은이도 눈물을 훔쳤다.

▲ 인도네시아 출신의 까미디 얀또(35) 씨가 영상편지 녹화 중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거리고 있다.
얀또 씨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촬영을 끝내고 센터를 빠져나가는 얀또 씨께 물었더니, 그는 고향에 아내와 자녀를 두고 있었다. 국내에서 5년간 취업 후 고향에 돌아갔다가 재취업이 이뤄져 다시 들어온 상태였다. 아내는 그가 한국에 온 지 한 달 만에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를 여태껏 직접 보고 만지지 못했다. 가족에게 안부를 묻던 중 감정이 북받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족이 너무 그리웠단다.
민지, 양혜, 가은이는 얀또 씨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잘 읽은 모양이다.

“학교 기숙사에 지내는 것만 해도 가족이 그리운데 저 분은 ‘얼마나 그리웠으면’ 하는 생각에 울컥 했어요.”
가은이의 말이다. 민지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했다.
“헤어져 있는 두 가족 사이에 다리가 되는 느낌? 내 역할이 그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남의 청소년들로 구성된 ‘외쳐라!코리아’팀 출발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끝으로 이 심상찮은 분위기의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경남자영고3 최원호, 삼현여고1 박솔비, 진양고1 서양혜, 경남외고1 전가은, 진주남중3 박지민, 경상대부설중2 이예리, 창원경원중2 김길현, 창원반림중2 김태영, 창원반림중2 황민지, 드림국제중1 전시은. 길잡이 역할은 이정기 센터장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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