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장마가 지나갔다.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몰려 올 것이고 그러면 불청객도 따라 올 것이다. 모기다. 계절 테마로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내가 유일하게 보는 한 TV뉴스 시간에서 모기를 소제로 다루었다. 모기가 어떤 사람에게 많이 달라붙는가가 주제다. 여름이면 모기가 유달리 많이 달라붙는 체질을 지닌 나는 흥미를 갖고 지켜보았다.

세계 각국의 연구진들도 이 부분이 실생활에 밀접하기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모양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혈액형에 관심이 많다. 그들답게 혈액형을 놓고 실험을 한 결과를 내 놓았는데 O형 피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모기가 덤볐다. 미국의 학자들은 좀 다른 각도에서 실험했다. 이번에는 입고 있는 옷의 색상에 따라 모기가 선호하는 빈도를 살펴보았는데 검은 색을 가장 즐기는 것으로 나왔다. 이런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 하다가 저명한 모기 학자의 답변을 인용한다.

“이런 결과들은 흥미는 있을지 몰라도 큰 의미가 없다. 왜냐면 모기가 일단 사람에게 침을 꼽고 나면 더 선호하는 O형 혈액형 인간이나 검은 옷을 입은 인간이 곁에 온다고 해서 일단 박아 넣은 침을 빼서 옮겨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논란은 싱겁게 끝났다. 결국 모기에 물리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옷 색상을 굳이 가려 입을 필요도 없고 혈액형을 탓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자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1980년대 초반 청년 시절에 바다에 심취하여 스쿠버 다이빙에 관심을 가진 때가 있었다. 당시 매주 휴일이면 바닷가에 텐트를 쳐 놓고 잠수도 하고 스노클링을 즐겼다. 바닷가에 나가면 골치 아픈 것이 있었으니 소위 깔따구라 부르는 바닷가 모기였다.

일반 모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지독했고 독성도 심해서 한 방이라도 물리면 퉁퉁 부어올랐다. 모기를 많이 타는 내 같은 경우 여름철 갯가에서 항상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 친구는 그야말로 모기라곤 곁에 붙지 않는지 항상 태평이어서 일행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어느 한 날 유달리 모기가 극성이라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자고 있는 모기를 전혀 타지 않는 그 친구만 텐트에 남겨두고 나머지 사람들은 배를 몰고 바다 가운데로 피신하여 자고 왔다. 다음날 아침 홀로 남겨진 그 친구가 자기 팔을 물끄러미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팔뚝에는 무수히 많은 점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던 것이다. 아하, 바로 모기가 피를 흠뻑 빨아 먹은 자취였다! 모기가 특별히 달라붙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모기 침에 강하게 반응하는 사람과 무반응인 사람이 있을 뿐인 것이다.

문득 쓸데없는 실험에 골몰해 있었을 학자들의 진지한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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