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 다솔사 신임 주지 혜운스님, 20여년만에 새로운 변화 모색

경남 사천시 곤명면에 위치한 다솔사 경내 모습
신라 지증왕 4년(503년) 영악사로 창건되어 선덕여왕 5년(636년) 자장율사가 중창한 천년의 명성을 지켜온 고찰 다솔사, 경남 사천시 곤명면에 위치한 다솔사에 새로운 변화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 20여년 가까이 다솔사를 맡아왔던 전 주지의 전횡으로 그간 인근 주민과 불자, 지역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던 이곳에 새로운 주지가 부임하면서 그를 중심으로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다솔사 신임 주지로 부임한 혜운 스님.
다솔사 천년 역사 부흥에 소명을 띠고 부임한 주지는 혜운 스님이다. 다솔사는 본사(本寺)인 부산 범어사의 말사(본사의 관리를 받는 작은 절)로 혜운 스님은 지난달 20일 새로운 주지로 부름을 받았다.

직접 지은‘지혜로움으로 중생을 구한다’는 법명처럼 다솔사 천년의 광명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그의 혜안과 지혜에 다솔사를 아끼고 사랑해 왔던 지역 주민들과 불자들이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 1974년 불교에 입문한 혜운 스님은 범어사 재정실장과 총무원 호법부장, 김해 흥부암 주지를 역임했다.

▲다솔사에 새로운 주지로 부임하셨는데 ?
서부경남지역에서 유서 깊은 절인데, 그동안 관리가 안 되고 제대로 역할도 못해서 지적을 받았다.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누군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임을 다하라는 명을 제가 받았다. 그간 무관심, 지탄을 받아 왔지만 앞으로 새로운 희망을 담도록 하겠고, 많은 분들을 찾아뵙고 사죄를 하고 이번 계기를 통해 다솔사가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해 보겠다.

▲본사 범어사가 혜운 스님을 다솔사의 새 주지로 선택한 이유는 ?
다솔사는 오랫동안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오래 전에 조계종인 범어사가 다솔사를 환수했다. 그 역할을 한 분이 광진 스님이다. 조계종에서는 망실한 절을 다시 되찾아오면 그 공적을 인정해 해당 절의 재산과 권리를 일부 인정해 주는 종법이 있다. 그러다보니 해당 절의 주지가 전횡을 일삼더라도 본사의 감시와 규제가 힘들었다. 다솔사도 그와 같은 폐단이 발생했다. 이 상황까지 몰고 온 사람들이 광진 스님의 제자(전 주지)들이다.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당한 인물이라고 판단해서 선택된 것 같다.

▲전 주지와 함께 절의 살림을 담당했던 총무가 아직 경내에 머물고 있다고 하는데 ?
현재 절을 살림을 맡았던 총무(전 주지 누이동생 남편)가 절에서 안 나가고 있다.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는데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절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혼란스럽다.(총무는 6월3일 다솔사를 떠났다.)

다솔사 신임 주지 혜운 스님

▲전 주지의 권리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
다솔사의 권리를 가지고 있던 광진 스님이 제자(전 주지)에게 승계했다. 그래서 전 주지가 종법을 거론하며 절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고 앞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권리를 부여 받았다는 공식 문서가 없기 때문에 재산권 행사는 할 수 없다.

▲다솔사의 재정 상태는 ?
전 주지의 누이동생 남편이 절의 모든 재정 권한을 쥐고 마음대로 했다. 그리고 전 주지가 공부한다며 불자들이 시주한 돈으로 오랫동안 중국을 자주 오갔다. 재정이 바닥인 상태다. 지난 번 법회 때 30여명의 불자가 왔는데, 이 중에서 시주하는 분은 10명 남짓 정도였다. 말 그대로 재정 상태가 형편없다.

▲지역민과 불자들로부터 외면 받아온 다솔사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
다솔사가 오랫동안 방치되어서 경내 여기저기가 허물어지거나 보수해야 할 곳이 많다. 먼저 이곳들을 개보수할 예정이다. 다솔사를 찾는 불자나 관광객들을 위해 주위 자연 환경과 어우러진 휴식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다솔사는 나라가 어지러울 때 인재들을 모아서 국민정신을 고취시킨 곳이다. 그 당시(일제 강점기) 한용운 선생과 김동리 선생, 효당 최범술 선생들의 얼과 사상이 깃들어 있는데, 그 분들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 그리고 지역 관광 활성화 측면에서 템플스테이, 청소년 하계수련 대회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근대 차문화의 효시인 다솔사의 차문화를 널리 알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범술, 김동리, 한용운 선생의 얼과 흔적인 남아 있는 다솔사의 역사를 되살리는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효당 스님 부도가 경내에 있지 않고 밖에 있는데, 경내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그 시대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분들이 인재들을 교육했던 곳이기에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그 분들의 삶과 정신을 제대로 알리겠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과 단절되었는데, 앞으로 다솔사가 지역 사회과 함께할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해도 좋은지 ?
유기적으로 함께하고 공동체적인 역할을 하겠다. 전 주지가 있을 당시 다솔사 소유의 땅에 도로를 내는 문제를 두고 전 주지가 반대한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실망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합당하다면 허락을 하겠다. 현재 대부분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차가운데,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솔사가 되도록 노력 하겠다.

▲지역 주민과 불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지역민과 불자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 전자의 모든 책임을 다지고 가겠다. 또 과거에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 무엇을 잘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매진하도록 하겠다. 시대적 소명인 다솔사의 문화 활성화에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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