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처벌이 전제되지 않은 화합은 국민저항 피할 수 없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서거 국민장은 끝났다. 500만 국민의 애도 속에 그는 떠났어도 가슴 속에 부활했다. 화합과 화해로 풀 것을 당부한 채 몸은 떠났어도 그의 정신은 살아 있다. 

장례절차를 끝내고 여론조사가 발표된다. 상주를 자처한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등하고 집권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해 있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언론과 여론에 밀려 '노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한 민주당의 행보가 오브랩되는 것은 왜일까?  

장례이후 검찰에서 ‘비리수사에 대한 절차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목소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라는 주장이 들려온다. 같은 날, 민주당은 관련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접수한다. 죄명은 ‘피의사실공표죄’이다. 하루 뒤, 천신일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은 기각되고 전날의 주장이 공허해져 버렸다. 기각사유는, ‘도주의 우려가 없고 죄의 소명이 불명확하고 탈세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는 것이다. 

이명박대통령의 ‘애도의지’와 상관없이, 여전히 불편한 추모로 몰아간 경찰은 광장의 질서회복을 위한 공권력 행사의 의지로 대한문 분향소의 철거를 단행한다. 텐트가 짓밟히고 제물이 어지럽게 나뒹군다. 화면으로 시민상주의 망연한 눈물이 클로즈업된다. 경찰청장은 민주당이 항의방문 한 자리에서 ‘전경의 실수에 의한 작전구역 이탈’이라 변명했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고위급 경찰이 진두지휘하는 영상이 전국에 방영돼 버렸다. 

한나라당 쇄신위의 ‘당정청 조각수준 물갈이' 요구에 청와대는 ‘외환과 내우’를 핑계로 시기상조라고 답한다. 온도차가 커도 너무 크다. 이런 가운데 미 정보기관에서 대북관련 기밀의 실시간 언론보도에 항의가 있었다는 보도가 터져 나온다. 안보문제를 국면전환용 카드로 활용한다는 해묵은 의심이 현실로 확인되는 듯해 씁쓸하다. 

지난 2004년 3월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교수의 시국선언이 5년 만에 다시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오늘 밝힌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대통령의 사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의 보장 등을 요구한다. “핵심의 문제는 정치노선의 차이나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 존중과 민주 원칙의 실천이며, 모든 국민의 삶을 넉넉히 포용하는 열린 정치를 구현하는 정부의 노력이 참으로 절실한 시점이다”라는 성명이 124명의 이름으로 발표됐다.

500만이 참여한 국민장의 추모분위기 어디에도 불손함과 사회불안의 요소가 없다. 침착하고 질서정연한 가운데서 마무리 되었다. 다만, 문제라면 공권력의 상황인식이다. 광장으로 모으고 소통해야할 정부가 통제로써 억압하고 예단하여 국민의 권리를 유린하려는 인식이 더욱 국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진정한 화해와 화합은 통절한 반성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무관심했던 국민도, 책임없는 언론도, 철학없는 정치도, 독선적인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반성과 사과,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 전제되지 않은 화합은 미봉책이고 이를 억압하고 통제하면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원칙과 신뢰가 존중받는 사회는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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