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점심식사(The Luncheon on the Gr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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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점심식사(The Luncheon on the Grass)
  • 김준식 객원기자
  • 승인 2015.07.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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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의 시작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63)


1515년 Raffaello Sanzio da Urbino(라파엘로의 본명, 줄여서 Raphael이라고 표기)는 Judgement of Paris(파리스의 심판)라는 동판화를 제작한다. 동판화의 내용은 제목에 표시되어 있는 것처럼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파리스의 심판’을 묘사한 것이다. ‘파리스의 심판’이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이 거행되었을 때 여러 신들이 잔치에 초대되었으나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제외되었다. 노한 에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여 있는 황금 사과를 연회석에 던졌는데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이 사과를 두고 다투자 곤란해진 제우스는 그 심판을 파리스에게 맡긴 이야기를 말한다.

Édouard Manet(에두아르 마네)의 Le déjeuner sur l'herbe (The Luncheon on the Grass – 풀밭 위의 점심, 1863)는 바로 라파엘의 동판화 ‘파리스의 심판’ 중 일부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려졌는데 마네의 그림을 보자. 그림을 보면 숲 속에서 남자 2명, 여자 2명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저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
우선 남자 두 명이 입고 있는 옷으로 보아 계절 상 더운 날씨는 아닌 듯하다. 그런데 풀밭 위에 앉은 여인 한 명은 옷을 다 벗고 있다. 더워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왜 벗고 있는 걸까? 알 수 없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어떻게 했는지 음식이 담긴 바구니는 뒹굴고 있고 바닥으로는 과일이 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 표정이 싸움을 하고 있는 느낌도 아니다.

또 남자 두 명 사이 공간에 위치한 몸을 앞으로 숙인 저 여자는 또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옷차림은 거의 속옷차림인데 저 곳에서 그 차림으로 뭘 하고 있단 말인가? 사람들의 시선은 제 각각이고 통일된 어떤 느낌도 없다. 마치 각 각의 인물을 여러 그림에서 옮겨와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한 것처럼 보인다.

이 그림으로부터 현대적 의미의 회화가 시작되는데 이전 시기의 그림은 관객들이 화가가 구성해 놓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그림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이해하는 이른바 환영주의(幻影主義)방식의 그림(르네상스 이후)이었다면 이 그림에서부터는 화가의 그림 속의 대상물에 대한 상세한 내레이션은 사라지고 오히려 그림을 보는 관객 스스로 그림을 통해 스토리를 구성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네는 1863년 "목욕'이라는 제목으로 이 그림을 살롱 전에 출품시켰다. 하지만 심사위원, 관람자와 비평가들에게 맹비난만 받은 채 낙선하고 말았다. 당시의 상황이 이런 그림을 받아주기에는 여전히 전통적 회화, 즉 화가가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는 그림이 대세였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마네는 이 그림을 통해서 르네상스 이후 회화의 오랜 전통이었던 대상의 ‘재현(Representation)’으로부터 자유로워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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