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조문한 여고생 애도의 '눈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를 읽고 있는 윤나라 학생

저는 대통령님의 ‘잠바’가 참 좋았습니다. 비록 직접 뵌 적은 한 번 밖에 없지만, 대통령님은 저 멀리 별세계에 사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집 옆집에 사시는 동네 할아버지 같았습니다.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일을 하고 새참을 먹으며 땀을 닦으실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서거라니...돌아가실 이유가 전혀 없는 옳고, 정의롭고, 순수하신 분이 돌아가셨다는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슬픈 마음으로 분향소를 찾아오다가 슬슬 화가 났습니다. 대통령님보다 천배, 만 배 되는 죄를 저지르고서도 뻔뻔한 얼굴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대통령님 같은 분이 돌아가시다니...단지 양심이 있고 돈이 없었을 뿐인데...

지금 사회는 양심 있는 사람들은 죽어가고, 양심 없는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고 살아가는 사회입니다. 양심 있고 돈이 없는 사람들도 잘 살아 갈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남 사천시 사천여자중학교 윤나라 <노무현 전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글 중에서...

‘꽃피고 새 울면 가야지, 가야지,,,’ 까만 밤하늘을 가르며 잔잔히 흐르는 소리꾼 이윤옥 선생의 ‘가야지’노랫가락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의 가슴을 더 엄숙케 합니다.

경남 사천시 사천읍 분향소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가 끝난 뒤에도 촛불을 든 시민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동영상을 조용히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로 살며시 눈물을 훔치는 분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숙연함이 더해집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동영상을 보며 흐느껴 울고 있는 시민들.

담담하게 동영상을 한참 지켜보던 한 여고생의 눈에서도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하얀 뺨으로 하염없이 내립니다. 손으로 슬쩍 닦아보지만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이 가슴을 더 아프게 합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착하고 때 묻지 않은 분이셨죠. 같은 반 친구들도 모두 슬퍼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말을 하고 싶어요. 더 이상 사람 괴롭히지 말고 자신을 깨우치라고...”

“안 좋은 일이 있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한 거 아닌가. 좀 더 버티셨으면 좋은데, 너무 빨리 가셨어요!”

“대선 당시에 부모님을 억지로 데리고 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찍으라고 제가 했거든요. 대통령이 되신 후에 국민들을 잘 모셨잖아요. 우리는 ‘노간지’라고 불러요.”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훔치던 한 여학생. 얼굴은 가려달라고 부탁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발길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자율학습을 마친 고등학생 조문객들이 늘고 있더군요. 친구와 함께 온 한 여학생은 이번이 두 번째 조문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반 친구들 대부분이 여기에 왔어요. 저는 저번에 왔을 때 조문객이 너무 많아서 그냥 갔었는데요. 오늘 밤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다시 조문하러 왔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그 청소년들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바라보는 우리지역 청소년들의 모습, 애도하는 마음속에 당당함이 묻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은 고인이 되셨지만, 손녀를 어깨에 태우고 소탈한 웃음을 짓던 그 모습처럼 흐뭇해하지 않을까요.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자율학습을 마친 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분향소를 찾았다.
시민들이 길거리에 놓아둔 촛불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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