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주의료원이 이래서 필요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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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주의료원이 이래서 필요했구나’
  • 하병주 기자
  • 승인 2015.06.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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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진단-메르스 사태에 다시 주목받는 진주의료원

사천 의심환자는 왜 양산까지 갔을까?
‘타 지역 환자 사절’…정부와 갈등하는 지자체
커지는 진주의료원 빈자리, 애써 외면하는 경남도


▲ 중동호흡기중후군(MERS, 메르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처음엔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금 번지다 멈추겠지’ 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겼으나 그런 생각을 비웃듯 연일 확산일로다. 전라도에 이어 강원도, 충청도도 뚫렸다. 부산시에서도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남과 사천으로도 곧 번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지역사회를 휘감고 있다.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이전인 6월 3일, 사천시민들도 메르스 공포를 실감했다. 중동을 경유해 아프리카를 다녀온 한 직장인이 고열을 호소하자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게 된 것이다. 이 소식은 언론 보도에 앞서 SNS를 타고 급속히 번졌다. 그 과정에 의심환자가 확진환자로 둔갑하기도 했고, 어느 병원은 괴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당시 시민들이 궁금히 여겼던 것 중 하나는 ‘환자가 왜 그리 먼 병원으로 갔을까’였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고는 대체로 놀랐다. 실제로 그 의심환자는 양산에 있는 부산대학병원의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음압병실이란 바깥보다 실내 기압이 더 낮은 병실로서 전염성 질병의 확산을 예방하는 기능을 가졌다.

그렇다면 사천에서 그보다 더 가까운 곳에 음압병실을 갖춘 곳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경상대학병원에 7개 병상, 삼성창원병원에 6개 병상이 있다. 이 가운데 경상대학병원은 내부공사 중이어서 사용할 수 없었고, 삼성창원병원은 민간의료시설이다 보니 공공 성격이 강한 부산대학병원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진주의료원이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진주의료원은 경남도가 출연해 만든 공공병원으로서 2009년 신종플루가 창궐했을 때 그 존재감이 빛났다. 보통의 민간의료시설에서 신종플루 환자 받기를 꺼려한 반면 진주의료원은 거점치료병원으로서 1만2000여 명의 환자를 돌봤다.

전 직원들 진술에 따르면 음압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2008년 진주의료원 신축 개원 당시 중환자실에 격리실 4개를 설치했고 여기에 음압시설을 갖췄다는 얘기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리모델링해 서부청사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지 출처: 경남도
그러나 이와 관련해 경남도의 주장은 다르다. 음압시설을 갖추려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음압시설을 갖추지 못한 채 단순 격리시설로만 기능했다는 설명이다.

음압시설의 존재 여부를 떠나 이번 메르스 사태 속에 지역민들은 진주의료원의 빈 자리를 새삼 느끼는 모양이다.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이 제대로 와 닿는다는 반응도 잇따른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해온 진주시의회 류재수 의원은 “강성노조니 도민 혈세만 잡아먹느니 하는 온갖 거짓말이 잠시 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진주의료원의 참모습을 시민들은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치자며 청구인을 모집하고 있는 사천진보연합 김연화 집행위원장은 “요즘 참여자가 부쩍 늘었다”며 달라진 시민 정서를 전달했다.

반면 진주의료원 폐업을 주도한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는 전염병 확산으로 공공병원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현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 부담은 진주의료원에 음압시설이 없었다며 애써 강조하는 단면에서 엿볼 수 있다.

국회에서도 진주의료원 폐업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공공병원 확충 필요성이 강조됐음에도 오히려 보건복지부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눈감아 줬다는 비판이다. 공공병원의 병실 부족이 의심환자의 자가 격리라는 어정쩡한 조치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메르스가 더 확산됐다는 지적이었다. 이 같은 질타에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그저 진땀만 흘렸다.

한국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병상 수는 전체의 10%정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이런 공공병원 부족 현상은 또 다른 지역 갈등으로도 이어진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충북 충주시의 한 연수원을 메르스 격리 시설로 사용하려 하자 충주시가 출입구를 막은 채 이에 반대했다. 충북이 메르스 청정지역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3일 인천시는 질병관리본부가 사전 협의 없이 메르스 확진환자를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 보낸 데 대한 항의 뜻으로 “더 이상 타 지역 메르스 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같은 날 강원도도 타 지역 환자의 강원도 내 국가지정 격리병상 이송에 반대 방침을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남도는 오는 16일 예정대로 옛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사용하기 위한 리모델링에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메르스 사태 속에 공공병원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함에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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