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소년 산델, 수술 마치고 24일 출국

▲ (앞줄 왼쪽부터) 산델, 멜라닌, (뒷쪽 왼쪽부터) 로첼, 웰헬미나, 릴린.

“산델, 잠시였지만 한국 어땠어요?”
“한국 사람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에요.”

수술 부위에 붙여둔 밴드를 떼지 않아 더욱 수줍은 목소리였지만 또렷한 눈빛은 더 빛났다. 필리핀 소년 산델(Camacho Sander Lex mstr)을 만난 것은 지난 23일 토요일 오후 삼천포서울병원 입원실에서였다. 의료법인승연의료재단 삼천포서울병원의 한창섭 병원장과 진주성형외과 박기호 원장이 합동으로 구순구개열(언청이) 환자인 산델을 초청해 무료 성형술을 제공한 것은 지난 16일. (관련기사 본지 78호 8면) 1차로 구강 내 재건술과 이어 20일에는 코, 입술 재건 성형술을 마쳤다.

산델은 퇴원을 하루 앞두고 조금 들뜬 모습이었지만 로첼 이모와의 이별은 못내 아쉬운 듯 했다. 로첼은 삼천포서울병원 부설 간호학원을 통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2010년 1월부터 지금까지 삼천포서울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11살, 아직 부모의 품을 떠나면 서러울 나이의 산델에게 로첼은 수술과 회복, 입원 모든 과정에서 엄마가 돼 줬다. 사천에 거주하고 있는 로첼의 필리핀 친구들도 틈나는 대로 산델을 방문해 노트와 연필 등을 선물하며 무료한 시간을 함께 달래줬다.

‘이모’를 자처한 멜라닌, 릴린, 웰헬미나 씨는 “어리니까 수술이 겁도 날 거고 안 심심하게 도와주고 싶어서 자주 왔어요”라며 따뜻하게 웃어보였다. 로첼은 그간의 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마취가 깨고 나면 아프니까 엄마 아빠 데려와 달라 울기도 하고, 주사가 무서워서 울기도 했어요. 나도 마음이 아팠지요. 그럴 때마다 군인이 되려면 강한 사람 돼야한다고 달랬어요. 더 잘생겨졌으니까 필리핀 가면 더 씩씩하게, 건강하게, 잘 커야 한다고 얘기해 줬죠. 이제 산델은 제 막내아들 이예요.”

필리핀 이모들 덕분에 낯선 땅에서 외롭지 않았던 산델은 선물 받은 노트에 큼지막하게 한 마디를 써서 보여줬다.
 
“Salamat(고맙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을 묻자 “행복해요”라고 덧붙였다.

혼자서는 불가능 했을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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