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가 동지역 인재육성 학숙관 건립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지난해 말 올해 예산계획을 세우면서 관련 기본용역비 1억 원을 잡았다가 의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삭감된 뒤 지난 5월 추가경정예산안에 다시 반영, 의회를 설득하려 했으나 이번에도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의원들은 사회적 합의가 덜된 서민자녀교육지원 몫으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사회적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로써 동지역에 전체 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학숙관을 짓고, 해마다 15억 원의 예산으로 고교생 최대 180명을 선발해 숙식 제공과 우수 강사진의 학습지도를 꾀하겠다는 사천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사천시는 오는 6월 3일 사천시대회의실에서 이 인재육성 학숙관 건립 문제를 주제로 시민토론회를 갖는다. 겉으론 시민들의 여론을 듣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3차 예산안 상정을 위한 수순 밟기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의도가 있든 없든 시가 나서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열겠다는 걸 마다할 순 없는 일이다. 부디 패널 섭외와 시민 참여 유도 등에 있어 객관성과 중립성이 잘 유지되길 기대한다. 이것이 무너질 경우 더 큰 혼란과 파국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또한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시민토론회에서 학숙을 짓고 안 짓고만 따질 게 아니라 사천의 교육문제 전반을 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인구유출을 막고 지역 인재를 키우는 일이 학숙관 건립과 운영으로 다 해결될 것으로 본다면 어리석다.

시 계획대로라면 학숙관은 공부를 잘하는 소수정예에 혜택이 집중된다. 수혜자로 선정되면 연간 800만 원이 넘는 직접 지원을 받게 되고, 3년 내리 선정될 경우 2500만 원에 이른다. 지금도 성적우수자들은 연간 수억 원씩 인재육성장학금을 받고 있고, 불과 2년 전까진 외국에 교환학생 혜택도 줬다. 반면 마이스터고에 기숙형고교가 인기를 끌면서 성적 하위 학생들은 가까운 관내 학교를 두고 멀리 진주와 남해를 전전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무슨 불합리요 불공평인가!

기왕 사천시가 교육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겠다면 학교마다 소규모 기숙사를 지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대학진학이 목표인 순수 인문계고 중 기숙사가 없는 곳은 4개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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