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와룡문화제가 막을 내렸다. 준비기간이 짧았고, 개최 장소와 시기를 바꾸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줬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여러 곳에서 허점을 노출했다. 공연은 완성도가 떨어졌고, 곳곳에서 진행의 미숙도 드러났다. 벚꽃 만발한 선진리성이 아니다 보니 찾는 사람이 적었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하필이면 왜 어버이날이냐는 불평도 따랐다. 그러나 대체로 예상했던 지적들이라 새로울 건 없었다.

이번 와룡문화제의 한 특징은 시민의 날과 연계했다는 점이다. 사주천년에 즈음했거니와 통합 사천시 출범 20주년을 맞아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었다.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사천시와 사천문화재단이 다양한 목소리와 충분한 검토를 거쳐 판단할 일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문화제의 기본방향 설정이다. 지금까지 와룡문화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관객을 찾게 할 것인가, 어떻게 시민들의 참여를 늘릴 것인가, 사천의 문화저변을 어찌 살찌울 것인가 등등이 주요 고민거리였다. 이들은 상호 유기적 관계에 있으면서도 제한된 역량 속에서는 상충적 관계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매번 행사가 끝날 때마다 시시비비도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시민 참여에 초점을 더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객체로서의 참여가 아니라 주체로서의 참여에 방점이 더 있었던 셈이다. 유명 연예인들을 부르기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무대에 올렸다. 자연히 관객 동원에 있어 파괴력은 약했다. 관객으로서 시민 참여는 약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이는 대단히 뜻 있는 시도였다. 사천의 문화예술인이 주체가 되어 무대를 꾸미는 일은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내 가족과 이웃이 무대에 올라 웃고 손뼉 치는 일도 매우 즐거운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천의 문화저변은 점점 두터워질 것이다.

이런 시도가 무조건 맞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적당한 이벤트와 관객의 눈길을 끌 장치도 필요하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고 어떻게 관객을 모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다만 스무 살 성인을 맞이했음에도 또렷한 색채를 지니지 못한 와룡문화제라면 새로운 전형을 찾아 모험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모험은 당분간 계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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