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특별 기고- 그리운 선생님께 띄우는 편지>

▲ 황진혁 작가
故 백욱렬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죠?
삼천포 공업고등학교 전기과 3학년 5반이었던 제자 진혁입니다.
성적도 최하위권, 신발장 번호도 최하위권이라서 저를 잊지는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 반 친구들이 처음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을 때
당신께서 우리들에게 쪽지에 손수 인사말을 써주셨던 거 기억나세요?
그때의 쪽지가 제겐 아직도 보관되어 있는데,
정작 저는 명색이 작가로 데뷔까지 해놓고도
지금까지 선생님께 편지 한번 써드린 일이 없었네요.
생전에 써드렸으면 참 좋았을 텐데 너무 늦게 되어
이번 기회를 빌어서라도 선생님께 편지를 써봅니다.
스무살이 되어 처음 스승의 날을 맞아 전화를 드렸을 때도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죠?” 이렇게 인사를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당신께서 “그래, 너도 잘 지내고 있냐?”라고 물으셨을 때,
그때 저는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었고,
선생님께선 “또 봐라, 좋은 생각만 하고 좋게 생각하라고 했제!”
라는 말씀으로 학창시절부터 매사 부정적인 학생이었던 제게 꾸중을 주셨지요.
많은 생각들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지금, 선생님께서 전화에 대고
다시 제게 “너도 잘 지내고 있냐?”라고 물어보신다면 아마 지금은
“네, 기쁜 마음으로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며 웃어보였을 텐데 아쉽기만 합니다.
그 후 간암으로 그렇게 돌아가실 줄 알았다면,
그때 통화가 마지막 통화가 될 줄 알았다면 전화가 아니라 직접 찾아뵙기라도 했을 텐데요.
상습 지각도 모자라 수업시간이 되면 잠을 자거나 딴 짓하기 바빴던
부끄러운 그때가 생각납니다. ‘남을 괴롭히는 학창시절’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스스로를 괴롭히는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저는 물론이고
선생님까지 괴롭게 만든, 저는 그런 아이였지요.
선생님의 골치를 아프게 해드렸던 것이 늘 제 마음 한구석에 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계시지 않는 지금, 은혜를 갚을 길이 없어 고민 중에 이번 15일,
모교에서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자라면서 받았던 선생님을 비롯한 은사님들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교 후배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줄 생각입니다.
이 강연회가 잘 끝나고 나면 아마 스스로도 조금이나마
학창시절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위에서 지켜봐주실 거란 뜻이겠지요?
잘 마치겠습니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2015년 5월, 황진혁 올림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체벌과 권위가 함께 사라진 교실을 바라보며 그 옛날 눈물 쏙 빠지게 따끔하셨던 선생님들을 떠올리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여기, 철없던 고등학생이 스물일곱 청년이 된 후 그의 ‘스승’을 기리며 하늘로 보내는 편지가 있다. 지난해 8월 ‘청춘의 자화상’이란 책을 펴낸 황진혁 작가의 편지다. 황 작가는 유난히 속을 썩여드렸던 3학년 때 담임선생님 故 백욱렬 선생님께 보은코자 15일 모교에서 헌정 강연회를 갖기로 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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