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유독 많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가정의 달’이라 이름 지어놓고 가족끼리 유대감을 더 갖게 하려는 사회·문화적 장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달의 첫날, 사천에선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들과 딸, 남매가 미리 짜고 그들의 아버지를 살해하려 한 것이다. 방법도 충격적이었다. 수면제와 독극물을 준비한 것은 물론, 이 방법이 여의치 않자 전기충격기와 가스분사기까지 동원했다.

경찰 수사 결과 자식들을 말린 것처럼 보였던 이들의 어머니도 처음엔 범행을 함께 모의한 것으로 확인돼 구속된 상태다. 범행 모의를 주도한 것이 누구인지를 두고도 서로 주장이 엇갈린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저 마음이 먹먹해질 뿐이다. 먼 나라 얘긴 줄만 알았던 패륜적 사건이 점점 나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한탄을 넘어 불안감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불안감의 한 축에는 가족의 해체가 자리 잡고 있다.

가정과 가족은 사회를 이루는 최소단위다.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 가정에서 이뤄지고, 사회적 유대감도 가족에게서 싹튼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이런 장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보고가 곳곳에서 나온다. 개인주의의 심화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가정의 해체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이번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식들은 스무 살을 갓 넘기면서 객지로 흩어졌다. 피의자들의 일방적 주장인진 모르나 가정폭력도 참기 어려웠고,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도 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30대에도 가정을 꾸리지 못했거니와 제 한 몸 간수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아버지에게 손을 벌렸고, 자신들의 요구가 거절당하자 나쁜 마음을 먹게 됐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일하는 종류도, 일하는 방식도, 먹고 쓰는 일상의 많은 것들이 잠시 멈추면 영원히 뒤처질 것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게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다. 대단히 이기적일 것 같지만 가족공동체가 가능해야 사회공동체도 가능하다. 이는 근래에 겪는 일련의 변화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 켜켜이 쌓인 인류의 정보로 기억되어 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