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짜고 아버지 살해 시도…남매와 그 어머니 구속
피의자들 “경제난과 가정폭력이 원인”…피해자는 중상

▲ 사건발생 현장.
가정의 달 첫날, 가족이 모의해 60대 가장을 살해하려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피의자들은 재산을 노리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으나 피해자는 다행히 목숨을 구했다. 경찰 수사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사회적으로 짚어야 할 문제는 없는지 살펴본다.

5월 첫날 이른 아침의 ‘날벼락’
사건이 발생한 것은 5월 1일 아침 6시, 사천의 한 농촌마을에서다. 피해자 A(68)씨는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향했다. 이 때 그를 맞은 것은 자신의 아들(B‧33)과 딸(C‧35). B씨는 아버지를 쓰러뜨리고 미리 준비한 전기충격기와 가스분사기를 쐈다. 그럼에도 A씨가 계속 반항하자 B씨는 흉기로 폭행했다. 딸 C씨도 폭력에 가담했다. C씨는 어머니 D(61)씨가 폭행을 말리자 그녀도 함께 폭행했다.

어머니는 딸을 피해 도망치며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아들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어 범행현장이 단순 가정폭력이 아니라고 보고 휴대전화 조회 등을 통해 이들이 존속살해를 모의했음을 파악했다. 경찰은 인근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던 딸 C씨를 긴급체포 했고, 어머니 D씨도 함께 범행을 모의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조사 중이다.

끔찍한 존속살해 시도, 이유는?
수사를 맡은 사천경찰은 이들 가족이 A씨를 살해하기로 한 게 수개월 전부터라고 보고 있다. D씨는 지난해 11월, 남편의 폭력을 호소하며 충북 청주시에 살고 있는 딸을 찾아가 최근까지 생활했다. 그러면서 ‘애들이 편하기 위해서는 영감이 빨리 죽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자주 했다. B씨와 C씨는 각각 10년 전, 15년 전에 가출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이후 남매와 어머니는 A씨에게 재산을 처분해 경제적 도움을 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A씨는 “농사짓는 사람에게 땅이 없으면 안 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이들은 범행을 모의했다. 올해 2월께부터다. 이들은 음료수병에 극약을 넣는 방법과 수면제를 탄 커피를 먼저 먹인 뒤 잠이 들면 극약을 먹이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어머니와 딸은 4월 13일 집으로 돌아왔고, 범행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그러나 어머니 D씨는 이 같은 계획을 남편 A씨에게 귀띔했고, A씨는 자식이 주는 음료나 커피를 거부함으로써 1차 범행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피의자들은 A씨가 예전부터 C씨와 D씨에게 많은 폭력을 행사해왔음을 주장하며 이것 역시 범행의 동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머니와 자식들 ‘엇갈리는 진술’
사건 발생 6일째인 5월 6일,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을 가졌다. 이어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도 벌였다. 피의자들은 뒤늦게 “무조건 잘못했다”고 말하면서도 범행을 주도한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자식들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고 주장한 반면, 어머니 D씨는 “처음에 그런 얘기는 있었지만 실제로 그리 할 줄은 몰랐다”며 범행주도 사실을 부인했다. 실제로 D씨는 범행 계획 일부를 남편에게 알렸고, 사건 당일에도 자식들을 만류하다 폭행당했다.

현장검증 모습.
하지만 경찰은 B씨와 C씨를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지난 4일 구속한 데 이어 5일에는 어머니 D씨도 구속했다. D씨에겐 살해계획을 공모한 혐의가 적용됐다. 나아가 경찰은 B‧C씨가 어머니 D씨도 살해하려 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깊은 한숨에 빠진 농촌마을
6일 오후, 사건이 발생한 해당 마을을 돌아봤다. 지리적 특성상 민가가 한 데 어우러져 있다기보다 몇 채씩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마을이었다. A씨의 집도 홀로 떨어져 있어 웬만한 소란이 있어도 이웃집에서 바로 알기는 힘든 상황으로 보였다. 마을엔 간간이 개 짖는 소리만 들릴 뿐 인적은 찾기가 어려웠다. 어쩌다 만난 주민들도 대체로 말을 아꼈다.

몇몇 주민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방송으로 연일 보도되면서 마을주민들이 사건을 대충 알고 있다. 거의 초상집이다.” “(피해자의)병실로 찾아가거나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한다. 오늘은 계속 퇴원하겠다고 말하던데, 정신적 충격이 커 보인다.”

A씨는 이번 일로 두개골 함몰과 손목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나아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시가 파악한 A씨의 재산은 3~4억 원 정도다. 직접 논농사를 짓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들진 않았다. 시 관계자는 “만약 기초수급자 등으로 관리대상이었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맞지 않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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